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2017년 이후 급증 … 지난해부터 만기 도래

2023-05-03 10:56:17 게재

평균 만기 6.8년 … 글로벌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려

부동산 직·간접 투자, 메자닌 대출 모두 부실 우려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2017년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린 국내 펀드들이 대규모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의 위기대응 전략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박영준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부동산 펀드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투자펀드의 투자유형과 부실화 사례별 대응전략을 밝혔다.

이날 박 변호사는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운용사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71조8872억원이라고 밝혔다. 2013년 4조9326억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1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해외 부동산펀드 총자산 규모를 지난해말 기준 77조원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이후 투자가 급증했다. 2017년 29조2915억원에서 2019년 53조4488억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 기간 중 투자규모는 18조원 가량 늘었다.

지난 2021년 금융감독원은 해외 부동산과 특별자산(발전소·항만·철도) 등 대체투자의 평균 만기를 6.8년이라고 밝혔다. 2017년부터 관련 투자가 급증한 만큼 지난해부터 만기가 도래하고 올해 이후 만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금감원은 2022년 이후 만기 도래 건이 86.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부동산 침체 시기와 국내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 도래 시점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위원은 "미국의 은행 부실로 인해 시장 경계심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차환 대출 기준을 높일 경우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와 대응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투자 유형은 크게 4가지다. 해외 부동산을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경우는 코로나19 등으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임차인의 차임 미지급 또는 자산가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선순위대출에 따른 이자지급의무 불이행 등이 발생하면 원금 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특수목적법인(SPC) 또는 해외 펀드 유사 투자기구를 통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도 해외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선순위 대출 만기까지 적절한 가격의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해외 부동산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현지 SPC의 주식을 담보로 한 메자닌 대출 등이 있다. 박영준 변호사는 "현지 선순위 대출계약상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환에 실패하거나 부동산 매수인을 찾지 못한 경우, 부동산 또는 부동산 담보 채권을 할인 매각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등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엑시트(출구)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상의 세미나에 두 번째 발표자로 나온 미국계 다국적 로펌인 '그린버그 트라우리그'의 아시아 부동산부문장 조엘 로스테인은 "부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유형의 대출기관 특징부터 미국 법제도상 채권자의 권리 및 구제책까지, 미국 부동산 대출 시장의 고유한 특징 및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주가폭락과 함께 다시 위기설에 휩싸이는 등 해외발 금융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잠재적 위험요소로 미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 대출 부실화가 거론되는 만큼 우리도 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의 투자손실 우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해외 부동산 부실' 국내 펀드 77조 직격탄

이경기 정석용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