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대응, 일사분란하게 끝낼 수 없어"
이상민 장관측, '이태원 참사' 탄핵심판서 주장
청구인 "법률상 장관 권한 실체적으로 행사 안 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측은 헌법재판소 첫 변론기일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국회측은 "법률에 규정된 권한을 이상민 장관이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3일부터 행안부 책임자 등을 증인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헌법이나 법률 위배' 여부다. 첫 변론기일에서도 이와 관련해 청구인측과 이 장관측이 충돌했다. 이 장관 대리인인 윤영섭 변호사는 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며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는 좌중을 향해 "이 중에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찰관도 압사 사고가 날 것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 장관이 재난 발생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장관직 파면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인 국회측 대리인단은 "법률에 규정된 권한을 피청구인이 실체적으로 행사했다는 게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이 장관에게 요구한 수준과 국민의 기대를 현저히 저버렸다"며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역량과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전후 이 장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과정 전반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장관측은 법률위반 사실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파면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도 내놨다. 윤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나마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설령 있었다고 해도 그게 파면될 만큼 위중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후 대응조치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참사에 대해 일사불란하게 한번에 끝낼 수 있겠는가"라며 "전부 행안부 장관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심판정에서 발언하지는 않았다. 그는 헌재에 출석하며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 혼선과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위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이상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이달 23일과 6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행안부·소방청·경찰청 책임자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국회측이 신청한 유족·생존자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와 이태원 골목길 현장 검증 여부에 대한 결정은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