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청년이 결정한다│3. 그들은 누구인가

방황하는 '역동적 스윙보터' … "꽂히면 행동한다"

2023-05-11 11:08:31 게재

탈이념 무당파, 인권·배려보다 공정·형평 앞세워

눈 떠보니 '스마트폰 시대' … 빠른 습득·공유·실행

페미니즘·병역·정규직화 등 기성세대와 해석 달라

"경쟁 완화와 분산 중요 … 근본적 해법은 일자리"

선거의 결정권자로 부상한 '청년세대'의 특징은 '탈이념화'다. 이는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나 충성도의 약화로 드러난다. 평상시엔 부동층으로 있다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응징하거나 지지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정해진 길이 없는 '스윙보터'이면서 언제든 '가치 공감'을 느끼면 몰려가서 의사를 표현하는 행동하는 표심이다.

통계청 "청년층 취업자, 13만7천명 감소" |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1일 여론조사 분석과 컨설팅 전문회사인 리서치뷰의 한국갤럽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20대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28~3월 2일 조사에서 부동층은 29세 이하(18~29세)에서 31%였고 두 달 후인 지방선거 직전(2022년 5월 3~4일) 조사에서는 27%로 나왔다. 선거 직전에 부동층의 규모가 크게 줄며 거대양당 등으로 쏠려 들어가는 일반적인 모습과 크게 달랐다. 이들은 20대 대선 1주년 여론조사(올 2월 28~3월 2일)에서는 절반 가까운 44%의 무당층 비율을 보여줬다. 같은 기간 30대 무당층 비율은 14%, 19%, 40%로 증가했다. 평상시엔 매우 높은 비율의 무당층으로 남아 있다가 선거에 앞서 지지정당이나 인물을 정한다는 의미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MZ세대인 청년들은 기성세대 청년시절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고 투표율도 높지만 정파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정당이나 후보 선택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면서 "청년층 상당수가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마음을 누가 먼저 얻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빠른 정보 습득과 공유 그리고 행동 = 2030세대는 고학력수준을 갖고 있다. 고등교육(대학) 이수율이 세계 최고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만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전문대·일반대학·대학원)은 69.3%였다. OECD 국가 청년의 평균(46.9%)에 비해 20%p 가까이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에게 휴대폰이 주어졌다. 방송통신위의 '2022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유율이 10대는 99.8%, 20대는 100%였다.

안 대표는 "청년들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갖고 자랐다"며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있는 세계 최강의 포노 사피엔스 집단"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겸비한 '포노 사피엔스'들은 정보 습득과 공유에서 속도와 함께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도덕, 비윤리 기업엔 '혼쭐'을 내고 선행을 베푼 기업과 가게엔 매출을 올려주는 '돈쭐'을 쏜다. 안 대표는 "정치영역에서도 청년들의 역동성을 목격할 수 있다"며 2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는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자 다음 날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 온라인입당이 쇄도했다"며 "2021년 6월 11일에는 30대 야당대표로 이준석이 당선되자 호남에서도 2030 청년들의 국민의힘 입당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유행과 가치를 주도하는 청년들의 지지를 받게 되면 표를 몰아주는 '표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꽂히면 행동하는 가장 역동적인 세대가 바로 우리 청년들"이라고 했다.

◆남북단일팀과 대체복무제 논란 = 2030세대의 표심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을 보여준 사건은 2018년 1월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나타난 '20대 쇼크'의 시작점이다.


리서치뷰 월간 정기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당시(2018년 1월)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은 59%로 취임이후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20대 남성은 전달 70%에서 36%로 반토막났다. 20대 여성은 87%에서 65%로 한 달 만에 22%p 추락했다.

안 대표는 "정부는 남북화해와 평화 분위기 조성,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주안점을 뒀지만 청년들의 우리나라(남한) 선수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갑질과 불공정행위로 봤다"고 설명했다.

다음달인 2월에 20대 남성이 67%, 여성이 83%로 회복되며 '일시적인 쇼크'에 그치는 듯 했지만 이는 시작을 알리는 종이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규정 미비를 문제삼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페미니스트의 '혜화역 시위'가 열린 직후였다. 안 대표는 "특권층 병역 면탈에 대해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인권의 이름'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자 청년 남성들은 '그러면 우리는 비양심적 병역이행자냐'고 반발했다"며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병역문제를 인권이 아닌 형평성 문제로 접근한다"고 했다.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평가는 2018년 8월에 30%대(37%)로 하락한 후 사실상 회복하지 못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안 대표는 "현재 청년세대는 법과 제도적으로 성차별이 해소된 시기에 성장했다"며 "청년 남성들은 기성세대 남성들이 누린 가부장적 혜택을 전혀 누려본 적도 없는 세대"라고 했다. 만 24~35세의 대학 이수율을 보면 2010년엔 남성 57.3%, 여성 65.8%였고 10년 후인 2020년에는 64.0%, 76.3%로 더 많이 벌어졌다.

2021년 2월과 2022년 2월에 실시한 '우리 사회의 남녀 갈등 정도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한국리서치의 남녀 갈등 조사에서 '심각하다'고 대답한 20대(18~29세)의 비율이 75%에서 90%로 뛰었고 30대도 76%에서 84%로 상승했다. 안 대표는 "기성세대는 페미니즘을 가부장제가 강한 조건에서 차별을 받았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보적 이데올로기로 접근하는 반면 청년 남성들은 치열한 일자리 경쟁에서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이데올로기로 간주한다"고 했다.

◆"어설픈 인식과 대응이 반감 불러" =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정부와 여당에서 '주 69시간 근로제'나 '30세 전에 아이 셋 낳으면 병역면제' 등의 제도가 검토되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이 최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로 곤혹을 겪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은 '내돈내사'(내 돈으로 내가 산다)를 강조하면서 '투명과 준법'을 얘기했지만 청년은 국회의원이라는 기득권을 활용한 '불공정'과, 진보진영의 가치라고 주장해온 도덕성과 배치된 '위선'으로 읽었다.

안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젠더 갈들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실제는 당시 여권의 어설픈 인식과 대응이 청년 남성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며 "제도적 차별을 받아온 여성들의 권익확대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할 때도 청년 일자리와 복지·주거정책을 같이 제시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핵심은 일자리"라며 "갈등을 줄이려면 경쟁을 완화하고 분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문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위기의 본질"이며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은 문제가 저출산 인구소멸 위기의 본질"이라고 했다. 따라서 안 대표는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2030세대의 표심은 '일자리' 공약에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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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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