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팔란티어 주가폭등이 불편한 이유

2023-05-12 12:38:44 게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테크놀로지(티커명 PLTR)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 5억2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른 까닭이다. 팔란티어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의 국방분야에 사용되는 고담(Gotham플랫폼) 소프트웨어는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군사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담은 약 300여개의 상업용 위성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소유한 스타링크의 2500개 지구 저궤도위성 정보, 정찰드론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러시아 군 움직임과 탱크 등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도움으로 해외에서 가공한 뒤 제공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정밀타격했다.

고담 플랫폼 러-우크라 전쟁 투입으로 고수익 창출

워싱턴포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와 런던타임즈 조지 그릴스의 현장취재 기사와 이 회사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로이터통신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대 러시아 공격작전 대부분은 팔란티어 AI 시스템이 지원한다.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언론은 "다윗(우크라이나)과 골리앗(러시아)의 싸움에서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한 것은 팔란티어의 AI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의 러시아군은 사실상 미국 민간 AI데이터기업 팔란티어와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우크라이나전장의 위성정보를 제공하는 일론 머스크의 두 기업과 싸우는 셈이다. 모든 군사전력에서 뒤떨어지는 우크라이나군은 역설적이게 이 두 미국 민간기업을 통해 러시아라는 강적과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팔란티어는 이밖에도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 북부 작은 마을에서 미 군 특수부대원들에 의해 사살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작전이나, 2008년 12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월가에 명망이 높던 메이도프가 벌인 희대의 금융폰지 사기행각을 적발해 150년형의 법정선고를 받게 되는 과정에서 '기술적 조력'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팔란티어는 미국 최초의 인터넷 결제시스템으로 핀테크 혁명을 일으킨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2004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후 클래리엄 캐피털이란 헤지펀드를 설립하면서 동시에 창업한 기업이다. 이후 스탠퍼드대 동문인 알렉스 카프를 CEO로 영입했다. 틸은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일컬어지는데 그 일원에는 유명한 테슬라의 머스크와 페이팔 직원이었다가 유튜브를 창업한 자베드 카림 등이 있으며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도 있다. 사실상 미국 빅테크계를 주름잡는 거물들이다.

팔란티어는 러-우크라 전쟁을 통해 축적한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군사용 AI시스템으로 진화시켜 세계 방위산업 시장의 운영체제(OS)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챗GPT처럼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장착한 군사작전용 AI 플랫폼 AIP도 출시했다.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노스롭 그루만,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등 기존 우주항공방위산업체가 하드웨어적 군산복합체라면 팔란티어는 소프트웨어적 정보감시 기업 시장과 군산복합 시장 장악을 노리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이미 CIA FBI 국무부 국방부 등 미국내 최소 12개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민간기업으로는 JP모건도 있다. CIA는 벤처투자 자회사 인큐텔(In-QTel)을 통해 200만달러의 초기투자를 했다. HD현대는 팔란티어 한국법인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AI 기술력, 막대한 자본력 결합한 소프트웨어 군산복합체 탄생 우려

특히 창업자 틸은 공화당 트럼프의 후원자이며 스티브 배넌 등 워싱턴 정가의 극우 정치인들과 가깝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백인 러스트벨트의 분노를 대변하는 '힐빌리의 노래'라는 자전적 소설과 넷플릭스 드라마로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오르며 공화당 상원의원에 당선된 실리콘밸리 투자가 JD. 밴스는 트럼프와 틸의 지원을 받았다.

극우적 세계관과 극단적 보호주의, 4차산업혁명의 기술에 대한 천재적 재능, 천문학적 자본을 가진 이들 세력이 장차 워싱턴 정가의 주류로 등장할 수도 있다. 정전협정으로 분단된 나라에서 바라보는 팔란티어의 행보가 편치 않은 이유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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