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검찰의 합리적 중심잡기를 기대한다
윤석열정부 1년. 검찰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든든한 배경이 되고 검사 출신들이 정부 주요 요직에 배치돼 있으니 그 기세가 역대 정권 어느 때보다 높다. 검찰의 위세는 사정정국으로 대표된다. 검찰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전 정부 주요 고위인사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수십 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사법을 넘어 금융 노동 등 다방면으로 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민간영역에서도 '전관 검사'들을 모시기 바쁘다.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관료 출신 사외이사 4명 중 1명은 검찰 출신이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입장에선 편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범정부 기관에 '검찰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확산됐고 다른 권력기관들은 조력자로 전락했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검찰 출신들이 대거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회까지 검찰출신들이 득세하면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란 우려가 나올 법하다.
정치권 수사 "빨리 끝내야"
검찰 안팎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특수부 출신 한 전직 검사장은 현재의 정치권 수사에 대해 "과도하다"고 했다. 검찰이 수십군데를 압수수색하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통상 한 사건의 유력한 증거를 찾기 위해 많아야 10군데 정도 압수수색을 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결국 목표를 정해놓고 '뭔가' 나올 때까지 들여다본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항상 얘기한다.
한국 검찰이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정도로 권한이 세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와 정치적 경쟁자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하는 경우는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다.
한 법조계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기소됐는데, 한국 검찰에서 배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고 했다. 정치와 사법 영역이 구분돼 있고, 특히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제한이 따르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 검찰은 "기형적이기까지 하다"고도 했다.
다른 검사장 출신 인사는 "과도한 검찰권 행사가 검찰 조직에 후폭풍을 몰고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을 비롯, 주요 검찰간부들은 정치적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검장 출신 법조인은 "내가 검찰총장이라도 그런 수사를 하고 싶겠나. 전 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지금 하는거다"며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최대한 사건들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일선 검찰에선 "특수부 등 정치권과 연관된 검찰은 1%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검찰이 전체 검찰의 모습인양 비춰져 안타깝다"는 반응도 많다. 재경 검찰청 간부는 "전 정부에서 검찰은 수사 안 하는게 미덕이라고 봤던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검사들은 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정권 바뀌어도 본연 임무 다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검찰출신들을 중용하는 건 어떤 점에서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자신의 인재풀인 시민단체 등 이른바 '운동권 출신'들을 중용했듯이 말이다. 다만 국민의 비판이나 평가에 대해 귀를 닫아서는 곤란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정치지도자로서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몫이다.
검찰은 어떤가. 검찰은 5년 임기 대통령 이후에도 국가의 주요 기관으로 작동해야 한다. 한때 분위기에 취해 국민의 공복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선 곤란하다. 군이나 정보기관, 경찰 등이 권력을 남용하다 된서리를 맞은 게 그리 오래된 옛날이 아니다.
한국 검찰은 권한은 막강하지만 수사와 기소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정부기관처럼 책임을 묻기힘들다. 미국 검사처럼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제어하지도 못한다. 결국 검찰 스스로 자제와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검수완박이니 원복이니 하는 소모적 논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검찰이 합리적 중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