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출마설'에 심정 복잡한 여야

2023-05-16 11:01:34 게재

친박 3인·조국 부녀 출마설

악몽 재현? 팬덤 결집? 엇갈려

그들이 총선에 출마하면 순풍이 불까, 역풍이 불까. 박근혜정권을 상징하는 3인(최경환·우병우·유영하)과 문재인정권을 떠올리게하는 조국 부녀의 출마설이 나오면서 여야 모두 복잡한 표정이다. 손익계산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MB, 청계천 산책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구성원들과 옛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연합뉴스


16일 여야는 과거정권을 상징하는 인사들의 출마설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전 부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설이 유력하다. 최 전 부총리는 국정농단 수사로 4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석방됐다. 자신이 3선을 지낸 경북 경산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후문이다. 우 전 수석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법처리 됐었다. 고향(경북 영주) 출마가 예상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한 이후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지지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구 지역 출마가 점쳐진다.

여권에서는 친박 3인의 출마설에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이들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하면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으로선 잊고 싶은 악몽을 스스로 소환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여권 인사는 15일 "(여당이) 가까스로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 집권했는데 굳이 친박인사를 공천해서 악몽을 재소환할 필요가 있냐"며 "박 전 대통령도 절대 (여당에) 공천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나와 "(친박 3인에 대한 공천이 이뤄지면) 제일 중요한 수도권 선거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남아있는 TK와 태극기세력을 껴안기 위해 3인 중 일부에게라도 공천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을 내놓는다. 다른 여권 인사는 "국민 사이에서 반감이 적은 한, 두명에게는 공천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권에서는 조국 부녀 출마설이 분분하다. 딸 조민씨는 "정치 입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박지원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저는 (총선에) 나올 것 같다. 조민을 내세우든지"(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라고 전망했다.

조 전 장관이나 딸 조민씨의 출마설에 대해 야권에서도 근심이 엿보인다. 2019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조국 사태'를 재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아직도 못 건너고 헤매고 있는데 지금 강으로 풍덩 빠지자는 이야기"라며 "민주당에 '내로남불' 딱지가 딱 달라붙은 것이 '조국 사태' 때인데,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내년 총선이 정권심판이 아니라 야당심판으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조국 부녀에 대한 공천이 강성지지층 결집에는 보탬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박 전 의원은 "집토끼를 뭉치게 하는 역할은 굉장히 클 것"이라며 "산토끼들은 산으로 갈지, 집으로 올지 고민할 거라 두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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