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각 없다" … 인적쇄신에 유독 인색한 윤 대통령, 왜?

2023-05-17 10:56:58 게재

이상민 장관 문책 요구 '외면' … 개각설 나올 때마다 '손사래'

"극소수 참모와 일하는데 익숙" … 인재풀 협소·청문회 부담

정기국회 앞둔 '7월 개편설' … 총선 출마자는 연말 내보낼 듯

윤석열 대통령은 인적쇄신에 유독 '인색'한 편이다. 내각이나 대통령실 인사가 드물다. "일을 맡겼으면 충분한 기회를 줘야한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참모를 제물로 삼지 않는다"는 이유를 댄다. 나름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일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인적쇄신 앞에만 서면 머뭇대는 이유가 더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 개각 임박설 부인 =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29 이태원참사가 터진 직후 이상민 행안부장관 문책론이 들끓었지만 외면했다. 젊은이 15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지만 내각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진상규명 후 문책"이란 '법조인다운 답변'만 내놓은채 문책 인사를 피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론 눈치 때문에 참모를 희생양 삼을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문책 인사'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었는지, 연초 개각설이 유력했지만 이마저 피해갔다. 최근 5월 개각설이 나돌자, "당분간 개각은 없다" "장관이 2년은 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개각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치는 것이다.

왜일까. 대통령실 설명대로 윤 대통령이 인사에 매우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분석이다. 한 번 일을 맡기며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만으로 '인사 포비아'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우선 윤 대통령 본인이 참모를 바꿀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인사는 16일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극소수 참모와만 일하는게 익숙한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은 극소수 참모와만 일하면 되는데, 전권을 맡겨놓은 다수의 다른 참모들에게 자주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야당의 요구대로 참모를 문책하는 걸 자신의 리더십 훼손으로 해석하는 측면도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민 장관 문책을 끝까지 거부하고 결국 탄핵소추까지 끌고간 장면이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윤 대통령의 인재풀이 협소한 것도 인적쇄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이 아는 인물군 또는 특정 직군·학맥에서만 참모들을 발탁해왔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바꾸고 싶어도 충원할 사람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을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탐색하고 있지만 협소한 인재풀 탓에 윤 대통령이 원하는 대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낯선 사람도 능력만 검증되면 과감하게 써야한다. 인재풀을 넓히지 않으면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부담도 인적쇄신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 장벽이다. 총리와 장관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총리는 국회 인준표결까지 통과해야 한다. 야당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야당이 주도하는 청문회에 먹잇감을 던져주고 싶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청문회 부담이 인적쇄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능력 입증 못한 참모 상당수 = 윤 대통령이 개각 임박설에 대해 손사래 쳤지만 정치권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인적쇄신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윤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지만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가 상당수라는 지적.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은 지지부진하다. 내년 총선에 나갈 참모들도 적잖다. 조만간 놔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7월 1차 인적쇄신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내달까지 외교일정에 집중한 뒤 7월에 일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교체를 단행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9월 정기국회에 열리기 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려면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연말에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참모들을 내보내는 2차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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