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심판 2차 변론
"중대본 가동 지연" vs "중대본 즉시 가동"
헌재, 행안부 실국장 등 4명 잇따라 증인신문 … 이태원 참사 대응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 공방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2회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재난예방 조치의무 위반 △헌법상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탄핵 소추됐다.
이번 사건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위반이 있었다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가 쟁점이다.
이날 변론에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국회측은 두 사람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 당일 이 장관을 포함한 행안부의 대응에 문제는 없었는지,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측은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으로서 중대본 가동을 지연시켰고, 후속대책 마련과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난안전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성실의무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측은 재판부에 증인을 신청하면서 "행안부 실국장이 이 장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을지 염려되긴 하지만, 재난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사고당일 전후로 참사를 컨트롤했던 사람들의 법정진술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장관측은 조정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고 중대본도 즉시 가동됐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이 장관측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중대본으로 확대 운영한 것이라 중수본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재난관리 역할을 충실히 했고, 만일 일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탄핵사유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헌재는 이날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증인으로 채택할지도 결정할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곳에 대한 현장검증 여부도 함께 정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다음달 13일 3차 변론기일에는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현 인천소방본부장)과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이 증인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날 국회측은 소방·경찰에 대한 이 장관의 지휘, 기관 간 소통 혼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지난 9일 1회 변론기일에서 정리한 이 장관 탄핵 심판의 쟁점은 모두 10가지다.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계획·대책 마련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이행 못 했는지 여부 △재난통신망 구축 운영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은 게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인지 여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적시에 하지 않은 게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인지 여부 △참사 발생 이후 대응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인지 여부 △경찰 등 대응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여부 △재난현장 대응 관련해 긴급구제통제단장과 피청구인(이상민 장관)간 어떤 관계가 있는지, 피청구인에게 구체적 인력 투입 지시 권한 또는 의무가 있는지 여부 △참사 대비·대응이 재난안전법상 의무, 공무원법상 성실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청구인의 발언이 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위증은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청구인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다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여부 등이다.
한편 추후 몇 차례 변론을 더 거친 뒤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면 이 장관은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는 지난 2월 9일 헌재에 접수됐다.
'180일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헌재가 반드시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는 7~8월 사이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