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하는 과학산책

한반도에 지진이 늘고 있다

2023-05-23 11:01:52 게재
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조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올케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지진에 대해 배우더니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이 무너져 우리 다 죽는 거 아니냐"며 고모가 지구과학 박사이니 전화해서 물어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카와 통화를 하며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더라도 TV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과학자들이 계속 연구하고 감시하고 있으니 지진이 일어나면 학교에서 배운 대로 대처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해안을 중심으로 지진 발생이 늘고 있다. 그것도 너무 자주.

지진은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이다. 판의 운동, 화산활동 등으로 지각 내에 응축되어 있던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면서 발생한다. 우리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믿고 기반을 삼아 살아가는 단단한 땅은, 예고도 없이 몸부림치듯 자신을 흔들어 대며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지진은 그 어떤 것보다 파괴적인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규모 지진은 주로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하는 수렴 경계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응력은 판 내부로도 전달되어 지진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지진 또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되면서 발생하는 응력이 동해를 중심으로 누적되어 발생하는 판 내부의 지진에 해당한다.

동해지역 6.0 이상 지진도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 늘어나는 지진들은 주로 동해 앞바다 단층들에서 발생한다. 이 단층들은 신생대 3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이 떨어져 나가며 동해가 열릴 때 생긴 것으로, 최근 동해가 다시 닫히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역단층성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응력불균형이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있다.


학자들은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할수록 큰 지진 발생 확률도 증가하며, 동해지역은 규모 6.0 이상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6년과 2017년에 연달아 일어나며 큰 피해를 줬던 경주(규모 5.8)와 포항 지진(규모 5.4)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진기능을 갖춘 건물이 많지 않아 그 피해가 더 컸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의무 규정은 1988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만㎡ 이상인 건축물을 대상으로 도입, 현재(2017년 5차 개정 기준)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200㎡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불가능해 내진 확보율은 가장 높은 경기도가 23.7%일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동해안 인근도 경상북도 10.7%, 강원도 11.6%일 정도로 매우 낮다.

혹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응력이 쌓여 있는 곳에 작은 규모의 지진을 발생시켜 응력을 감소시키면 큰 지진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땅속의 모든 세세한 구조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며 우리가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전부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017년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 실증연구 프로젝트로 땅속에 고압의 물이 주입되면서 단층면을 따라 작은 지진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났고, 그 영향이 임계응력 상태에 있었던 곳까지 도달하면서 기폭제가 되어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드러났다(2019년 발표된 정부조사연구단 최종보고서).

태풍 홍수처럼 지진도 일상적 위험

인간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가뭄 해소를 위한 인공강우 등 과학기술로 자연재해를 막아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인간은 자연을 조절할 수 없다. 자연재해를 막는 최고의 방법은 결국 예방과 대비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 태풍이나 홍수처럼 이제는 지진도 일상적인 위험으로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겨우 1960년대에 들어서야 판구조론 확립으로 지각과 지구 내부의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활성단층 조사, 세밀한 단층 지도 작성 등 한반도 지질에 대한 꾸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