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한미일 삼각공조와 '외톨이 위험성'
2023-05-24 11:50:07 게재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대통령, 기시다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3국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국내 사정으로 바쁜 바이든 대통령 일정 때문에 2분의 짧은 회담이었지만 한미일 3국의 초밀착 삼각공조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펴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나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고조는 물론이고 우리 민생경제와 직결돼 있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가며, 그리고 국민의 자존감을 짓밟은 대일본 굴욕을 감수해가며 외길로 추구해온 한미일 삼각공조가 궤도에 올라 굳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국 정점으로 지역패권 노리는 일본 하위에 자리매김될 우려
이 같은 3국 군사공조가 급진전될 경우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협력체계가 조성되고 미국을 정점으로 하고 지역패권을 노리는 일본, 그리고 맨 하위에 한국이 위치하는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표면상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내세우지만, 중국을 정치·군사적으로 견제하고 압박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런 그림이 미국이나 지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일본에게는 최상일 수 있겠으나 우리에겐 재앙에 가까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일 연대가 급진전되면 이에 대항하는 북중러 연대도 강화된다. 대결양상이 심각해지면 지정학적·지경학적으로 최전선에 위치해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이 우선적이고 집중적인 타깃이 될 개연성이 커진다.
당장 경제적으로 반도체를 비롯해 우리의 대중국 수출량이 급감하고 흑자를 기록하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피해가 크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중국이 '반한국'정책을 확실히 할 경우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또 다른 갈래의 위험성도 도사려 있다. '공동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국 영향권 아래 있는 국가들을 '반중국연대' 틀에 줄세우기 위해 압력과 회유를 동원해 다그치던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슬며시 한발을 뺄 경우엔 무모하게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내달린 한국외교는 뒤따르는 후방이 없는 외톨이로 전락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강대국들이 즐겨 쓰는 이중플레이 외교다. 약소 동맹국들을 옥죄어 옴짝달싹 못하게 외곬으로 몰아놓고는 자신은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G7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초 미국이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후 냉각된 미중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무게가 실린 발언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나 재선 도전을 선언한 마당에 중국견제 고삐를 늦추지는 않되 자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제교류는 침해하지 않겠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험악한 대결국면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규모는 대폭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G7정상회의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가 주축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날선 비난강도에 비해 중국에 대해선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비껴가는 등 차이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실적 위협을 느끼는 유럽 국가들 중에도 중국과 결정적인 척을 지지 않으려는 기류가 엿보인다.
시야를 넓혀보면 한미일 공조에 올인하는 한국과 달리 동남아 아세안 국가들이나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 그리고 브라질 등 남미 국가 중에는 미국의 줄세우기에 거리를 두면서 자국 이익확보를 겨냥해 실용외교를 펼치는 나라들이 많다.
강대국 즐겨 쓰는 이중플레이 펼칠 경우 회복불능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외신인터뷰에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문제를 거론하는 등 안 해도 될 자극적 발언으로 골을 깊게 팠다.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스스로의 객관적 위치를 망각한 중대한 외교실책이었다. '가치외교'란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중국과의 관계를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늦었지만 아직은 되돌릴 기회가 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펴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나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고조는 물론이고 우리 민생경제와 직결돼 있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가며, 그리고 국민의 자존감을 짓밟은 대일본 굴욕을 감수해가며 외길로 추구해온 한미일 삼각공조가 궤도에 올라 굳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국 정점으로 지역패권 노리는 일본 하위에 자리매김될 우려
이 같은 3국 군사공조가 급진전될 경우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협력체계가 조성되고 미국을 정점으로 하고 지역패권을 노리는 일본, 그리고 맨 하위에 한국이 위치하는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표면상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내세우지만, 중국을 정치·군사적으로 견제하고 압박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런 그림이 미국이나 지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일본에게는 최상일 수 있겠으나 우리에겐 재앙에 가까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일 연대가 급진전되면 이에 대항하는 북중러 연대도 강화된다. 대결양상이 심각해지면 지정학적·지경학적으로 최전선에 위치해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이 우선적이고 집중적인 타깃이 될 개연성이 커진다.
당장 경제적으로 반도체를 비롯해 우리의 대중국 수출량이 급감하고 흑자를 기록하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피해가 크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중국이 '반한국'정책을 확실히 할 경우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또 다른 갈래의 위험성도 도사려 있다. '공동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국 영향권 아래 있는 국가들을 '반중국연대' 틀에 줄세우기 위해 압력과 회유를 동원해 다그치던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슬며시 한발을 뺄 경우엔 무모하게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내달린 한국외교는 뒤따르는 후방이 없는 외톨이로 전락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강대국들이 즐겨 쓰는 이중플레이 외교다. 약소 동맹국들을 옥죄어 옴짝달싹 못하게 외곬으로 몰아놓고는 자신은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G7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초 미국이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후 냉각된 미중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무게가 실린 발언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나 재선 도전을 선언한 마당에 중국견제 고삐를 늦추지는 않되 자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제교류는 침해하지 않겠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험악한 대결국면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규모는 대폭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G7정상회의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가 주축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날선 비난강도에 비해 중국에 대해선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비껴가는 등 차이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실적 위협을 느끼는 유럽 국가들 중에도 중국과 결정적인 척을 지지 않으려는 기류가 엿보인다.
시야를 넓혀보면 한미일 공조에 올인하는 한국과 달리 동남아 아세안 국가들이나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 그리고 브라질 등 남미 국가 중에는 미국의 줄세우기에 거리를 두면서 자국 이익확보를 겨냥해 실용외교를 펼치는 나라들이 많다.
강대국 즐겨 쓰는 이중플레이 펼칠 경우 회복불능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외신인터뷰에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문제를 거론하는 등 안 해도 될 자극적 발언으로 골을 깊게 팠다.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스스로의 객관적 위치를 망각한 중대한 외교실책이었다. '가치외교'란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중국과의 관계를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늦었지만 아직은 되돌릴 기회가 있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