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K-반도체, 일본을 주목할 때다

2023-05-25 11:27:31 게재
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가 핵심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치"라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 판매금지 조치가 압박에 대응한 보복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의 구매금지 조치는 2019년 미국이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적 기업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이다. 중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6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는 법적장치로 '반(反)외국제재법'을 제정했다. 내용은 중국기업에 대한 부당한 직간접 제재에 참여한 외국의 기업 개인 기관에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미국 동맹관계 활용해 반도체산업 생태계 재구축

미국은 중국의 보복에 대항해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한다. 미 상무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금지 반대성명에서 "동맹국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규모 예산법을 제정해 기업을 지원하면서 동맹국에는 미국 투자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의지는 의회조사국(CRS)의 반도체법 입법 배경설명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그 핵심은 "미국이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 반도체 생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무역분쟁 무력충돌 등으로 공급망이 악화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경제와 국가안보 차원, 무역분쟁, 자연재해 또는 무력충돌 시 동아시아의 제조 및 운송이 중단되어 공급 차질 등으로 위험이 초래될 것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급이 중단되어 미국 산업에 영향을 미친 것이 이런 우려를 확인해 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산 및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위상 하락과 중국의 산업·기술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경제, 군사적 영향도 경계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의지는 명료하다. 세계시장의 반도체 공급망은 어떤 모습으로든 판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일단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난관에 봉착했다. 대신 일본이 아시아권에서 그 자리를 차지할 기세다. 일본은 2019년 5월 미국이 중국 화웨이 제재를 시작하면서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을 기회로 포착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2019년 7월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같은 맥락에서 짚어보아야 한다.

일본이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활용해 반도체 생태계를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반도체·디지털산업 전략'이 그것이다. 내용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자율주행차 로봇 등 신기술의 중요 소재인 반도체산업육성이 핵심이다. 미래산업의 패권이 반도체에 달렸다는 판단으로 마련한 3단계 성장전략이다.

3단계 전략은 1차로 '반도체 생산기반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음 '초일류 차세대 반도체 설계기술을 확보'해, AI 양자컴퓨터 등 '미래산업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목표로 이미 파운드리 반도체 최강 기업 TSMC와 D램의 마이크론, 그리고 후공정·패키징 분야의 최강인 TSMC·삼성전자·인텔 등 최고의 기업을 유치했다. 일본이 지금 생산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와 자동차용 파운드리 반도체가 바로 3단계 전략의 결실이다.

이제 일본 반도체산업은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일본의 반도체산업 기반은 견고하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높은 기술력이 바탕이 되고 있다. 세계 장비시장 점유율이 2위(35%)로 1위 미국(40%) 다음이다. 반도체 소재 분야는 1위(55%)다. 마지막 메모리 반도체만 남았다. 삼성을 꺾으면 마무리된다.

일본은 주도면밀하게 나가는데 우리의 준비는?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같은 현실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궁극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동맹이다. 중국은 우리의 시장이자 경쟁관계다. 주목할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기업은 당연히 생존이 걸렸다. 더 치열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국제외교의 최우선 순위는 경제 국익이다. K-반도체의 미래가 걱정된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