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경제팀의 답정너 '상저하고'
2023-05-31 11:53:47 게재
경기흐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짐에도 정부의 답은 정해져 있다. '상저하고(上低下高)'다. 상반기까진 어렵고,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어느 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다. 특히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악화하면 성장률이 1.1%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중' 수준의 소폭 반등에 그치거나 '상저하저'로 주저앉을 수도 있음이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기재부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방기선 제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선진국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부총리도 24일 바이오산업 현장을 찾아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어렵고, 하반기로 가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여러차례 말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상저하저' 우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하반기는 딱 한달 남았다. 기재부는 6월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여기서 기재부는 기존 성장률 전망치 1.6%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중대 변곡점을 맞을 것이다. 경제에 몰려드는 파고가 심상치 않다. 수출이 7개월째 줄면서 무역적자가 14개월째 쌓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세수 부족 사태가 겹쳤다. 저성장 쇼크에 무역·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의 그늘이 짙어가는 복합위기 상황이다.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의 고용이 줄었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의 이중고가 서민 가계를 위협한다. 그럼에도 경제팀은 '상저하고' 전망만 붙든 채 긴장감이 없다.
당초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내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자 이젠 반도체 경기 회복만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재고가 줄면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수출 감소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컴퓨터 바이오헬스 등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품목 대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경기만 회복되면 다 잘될 거라며 기다리는 천수답 정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력회복은 기대난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경제 안보 상황도 불안하다. 블록경제화 현상과 미국-중국 간 갈등이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미중 양국과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든가, 아니면 경제반등의 전기를 마련하든가 기로에 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큰 난관은 '중국'과 '반도체' 문제다. 윤석열정부가 미국·일본과 밀착하는 외교 노선을 내세우자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이 다시 거론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대중 리스크 완화에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반도체 착시효과 때문에 멍드는 줄 몰랐던 무역구조도 수출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로 대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집도할 경제팀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추 부총리의 리더십도 허약하다.
저성장 고착화 조짐 … 구조개혁해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3대 개혁의 큰 그림조차 내놓지 못했다. 고착화하는 저성장 기조를 바꾸려면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3대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추 부총리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2선 국회의원이다. 여야 정치권과 폭넓은 대화를 나누며 정책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2020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의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를 향해 "'도를 닦고' 계시는지, 도를 닦았으면 국민들에게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한은이 통계 분석에 머무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조타수'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를 필두로 경제팀이 더 적극 움직여야 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꺾이지 않는 마음' 자세로. 경제팀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경제가 망가진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다. 특히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악화하면 성장률이 1.1%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중' 수준의 소폭 반등에 그치거나 '상저하저'로 주저앉을 수도 있음이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기재부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방기선 제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선진국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부총리도 24일 바이오산업 현장을 찾아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어렵고, 하반기로 가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여러차례 말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상저하저' 우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하반기는 딱 한달 남았다. 기재부는 6월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여기서 기재부는 기존 성장률 전망치 1.6%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중대 변곡점을 맞을 것이다. 경제에 몰려드는 파고가 심상치 않다. 수출이 7개월째 줄면서 무역적자가 14개월째 쌓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세수 부족 사태가 겹쳤다. 저성장 쇼크에 무역·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의 그늘이 짙어가는 복합위기 상황이다.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의 고용이 줄었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의 이중고가 서민 가계를 위협한다. 그럼에도 경제팀은 '상저하고' 전망만 붙든 채 긴장감이 없다.
당초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내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자 이젠 반도체 경기 회복만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재고가 줄면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수출 감소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컴퓨터 바이오헬스 등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품목 대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경기만 회복되면 다 잘될 거라며 기다리는 천수답 정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력회복은 기대난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경제 안보 상황도 불안하다. 블록경제화 현상과 미국-중국 간 갈등이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미중 양국과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든가, 아니면 경제반등의 전기를 마련하든가 기로에 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큰 난관은 '중국'과 '반도체' 문제다. 윤석열정부가 미국·일본과 밀착하는 외교 노선을 내세우자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이 다시 거론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대중 리스크 완화에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반도체 착시효과 때문에 멍드는 줄 몰랐던 무역구조도 수출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로 대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집도할 경제팀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추 부총리의 리더십도 허약하다.
저성장 고착화 조짐 … 구조개혁해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3대 개혁의 큰 그림조차 내놓지 못했다. 고착화하는 저성장 기조를 바꾸려면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3대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추 부총리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2선 국회의원이다. 여야 정치권과 폭넓은 대화를 나누며 정책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2020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의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를 향해 "'도를 닦고' 계시는지, 도를 닦았으면 국민들에게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한은이 통계 분석에 머무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조타수'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를 필두로 경제팀이 더 적극 움직여야 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꺾이지 않는 마음' 자세로. 경제팀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경제가 망가진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