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건설특사경은 무엇을 할 것인가
2023-06-02 11:56:38 게재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5대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법 노동조합법을 말한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법경찰직무법이다.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4∼9급 공무원에게 부여될 전망이라고 한다.
사법경찰권은 이미 정부의 여러 부처에 두루 부여돼 있다. 노동청 산림청 관세청 등 부처마다 업무특성에 따른 단속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나 밀수 산불 등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업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밀수사범의 경우 수출입 관문이 되는 일선 현장에서 단속하고 수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관세청에 사법경찰권이 부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폭'보다 더 엄중한 부실공사와 불법 하도급 비리
그런데 건설특사경의 경우 최근 진행돼온 이른바 '건폭' 잡아내기 여세를 몰아 추진되는 듯하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건설현장에서 채용 강요와 크레인비용 받아내기 등 노조의 '비리'를 없애겠다며 경찰을 동원해 수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노조원이 구속되고, 급기야 노동자 분신사망 사태까지 초래했다. 오는 25일까지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행위 배후와 공모 세력을 색출한다는 것이 경찰의 방침이다.
그런데 이같은 건폭수사 드라이브가 과연 공정한지,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다. 지난달 31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는 무려 209차례나 건설산업기본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특히 하도급 관련 위반 행위도 71건 들어있다. 그런데 이들 건설사에게는 약간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강력하게 압박하던 것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셈이다.
사실 더 시급한 것은 고질적인 부실공사를 근절하는 것이다. 중소형건설사나 대형건설사를 불문하고 한국 곳곳에서는 부실공사로 인한 소비자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파트 공사장에서 잇따라 대형 붕괴사고를 냈다. 최근 인천에서는 GS건설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실공사는 큰돈 들여 집을 장만한 소비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는 갑자기 보행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아파트에서는 크고 작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로 입주민이 고통받고 있다.
이른바 '건폭'의 경우 정부와 건설사의 주장대로 불법이라 하더라도 그 피해가 일반 소비자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반면 부실공사는 일반소비자들이 곧바로 피해를 입는다. 또 건설공사의 안전사고로 말미암아 무고한 노동자의 생명만 희생된다. 이런 경우의 죄질이 더욱 무겁다고 여겨진다.
한국 건설의 역사는 경제개발 과정과 함께한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실공사와 안전사고가 아직까지 끝없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과 비리가 암세포처럼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뿌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번져가는 것 같다. 특히 불법 하도급은 한국 건설의 고질적인 병통이다. 정부의 공권력은 이런 병통을 없애는 데 우선 집중 투입돼야 마땅하다.
건설특사경, 부실공사와 하도급비리 근절에 집중해야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불법하도급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오는 8월 30일까지 100일 동안 전국 508개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래된 고질을 이렇게 '100일 작전' 같은 단속으로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잠시 잠잠해졌다가 단속이 끝나면 다시 독버섯처럼 창궐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불법 하도급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한결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관점에서 타당해 보인다. 요컨대 건설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고질적인 부실공사와 만성적인 하도급 비리를 근절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반경찰이나 국토부 인력 부족 때문에 못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런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얻고 특사경 도입취지를 온전하게 살려나가야 한다.
사법경찰권은 이미 정부의 여러 부처에 두루 부여돼 있다. 노동청 산림청 관세청 등 부처마다 업무특성에 따른 단속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나 밀수 산불 등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업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밀수사범의 경우 수출입 관문이 되는 일선 현장에서 단속하고 수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관세청에 사법경찰권이 부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폭'보다 더 엄중한 부실공사와 불법 하도급 비리
그런데 건설특사경의 경우 최근 진행돼온 이른바 '건폭' 잡아내기 여세를 몰아 추진되는 듯하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건설현장에서 채용 강요와 크레인비용 받아내기 등 노조의 '비리'를 없애겠다며 경찰을 동원해 수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노조원이 구속되고, 급기야 노동자 분신사망 사태까지 초래했다. 오는 25일까지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행위 배후와 공모 세력을 색출한다는 것이 경찰의 방침이다.
그런데 이같은 건폭수사 드라이브가 과연 공정한지,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다. 지난달 31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는 무려 209차례나 건설산업기본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특히 하도급 관련 위반 행위도 71건 들어있다. 그런데 이들 건설사에게는 약간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강력하게 압박하던 것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셈이다.
사실 더 시급한 것은 고질적인 부실공사를 근절하는 것이다. 중소형건설사나 대형건설사를 불문하고 한국 곳곳에서는 부실공사로 인한 소비자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파트 공사장에서 잇따라 대형 붕괴사고를 냈다. 최근 인천에서는 GS건설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실공사는 큰돈 들여 집을 장만한 소비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는 갑자기 보행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아파트에서는 크고 작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로 입주민이 고통받고 있다.
이른바 '건폭'의 경우 정부와 건설사의 주장대로 불법이라 하더라도 그 피해가 일반 소비자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반면 부실공사는 일반소비자들이 곧바로 피해를 입는다. 또 건설공사의 안전사고로 말미암아 무고한 노동자의 생명만 희생된다. 이런 경우의 죄질이 더욱 무겁다고 여겨진다.
한국 건설의 역사는 경제개발 과정과 함께한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실공사와 안전사고가 아직까지 끝없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과 비리가 암세포처럼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뿌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번져가는 것 같다. 특히 불법 하도급은 한국 건설의 고질적인 병통이다. 정부의 공권력은 이런 병통을 없애는 데 우선 집중 투입돼야 마땅하다.
건설특사경, 부실공사와 하도급비리 근절에 집중해야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불법하도급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오는 8월 30일까지 100일 동안 전국 508개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래된 고질을 이렇게 '100일 작전' 같은 단속으로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잠시 잠잠해졌다가 단속이 끝나면 다시 독버섯처럼 창궐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불법 하도급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한결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관점에서 타당해 보인다. 요컨대 건설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고질적인 부실공사와 만성적인 하도급 비리를 근절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반경찰이나 국토부 인력 부족 때문에 못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런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얻고 특사경 도입취지를 온전하게 살려나가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