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학생 맞춤 통합지원 서두르자
위기학생을 조기에 찾아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학생맞춤 통합지원체계'가 추진 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학생, 기초학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대인기피증, 심리적 어려움, 각종 중독증상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100만명에 이른다.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0년 10만명당 401.6명에서 2021년 502.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도 증가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은 아동과 청소년은 2019년 5만433명이었으나 2021년 6만3463명으로 늘었다.
학교폭력도 증가추세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수는 2022년 1학기에만 1만403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기초학력도 떨어졌다. 고교 2학년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전 영역에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100만명 이르는 위기학생 방치 안돼
어려움에 처한 위기학생이 교육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돼왔다. 하지만 대부분 부처·기관마다 개별사업 형태로 분절적으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지원의 중복·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학생 정보에 대한 관리·연계·활용의 법적근거도 없어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위기학생 실태 취재를 진행하며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원대상이 돼 복지지원을 받은 가톨릭대 한 학생은 "선생님이 신경 써주지 않았다면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며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지원사업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비 지원, 위(Wee)프로젝트, 기초학력 지원, 학교폭력 지원, 학업중단 지원, 아동학대 지원, 다문화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이 찾아가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상황에 놓인 아동일수록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필요한 곳에 찾아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학생을 중심으로 전문인력과 사업이 연계돼 함께 진단·지원할 수 있는 통합지원 체제로 전환되어야 할 이유다.
교육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제기한다. 소관부서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으로 분절돼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청 내 교육복지 사업도 부서마다 흩어져 있다. 학생을 지원하는 범위도 제한돼 있고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함께 진단하고 지원하려면 개별 학생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런 맞춤형 지원에 필요한 정보 연계도 제약되어 있다.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학대와 관련된 학생정보가 학교로 넘어오는데 교육부 소관 법률에는 그 정보를 관리할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 그 정보를 받았을 때 기존 정보와 연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최근 학업과 경제·심리·정서상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학생별 상황에 맞는 통합지원을 하는 내용의 '학생맞춤 통합지원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러한 교육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법안은 교육부장관이 학생맞춤 통합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교육감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매년 시·도 학생맞춤 통합지원을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를 심의하기 위해 교육감 소속으로 시·도 학생맞춤 통합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밖청소년이 학업에 복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감이 초·중·고교로의 재취학 또는 재입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모든 자원 연계해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교사 혼자서 할 수 없다. 학교만으로도 힘들다. 아이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 중 많은 부분이 경제적 곤란이나 가족해체 등과 같은 가정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연계해서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교육부와 지자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맞춤형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