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금융시장에 다가오는 먹구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또 다른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와 각 나라 금융감독 규제를 벗어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문제다.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전세계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약 20조7000억달러(약 2경7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올해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능성이 높은 금융시스템적 위기'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상업용 부동산 대출(Commercial Real Estate, CRE) 잔액 3조6000억달러 중 60% 이상을 미국 소규모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라 부동산가치 수정 규모가 상당해질 수 있고, 은행의 신용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CRE에 대한 관리 감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각) 향후 3년 동안 1조5000억달러의 상업용 모기지(CMBS)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며, 만기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2013년 51%에서 2021년 88%로 증가해 상업용 건물주 중 상당수가 채무불이행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면 부실매물이 쏟아지고 부동산가치가 하락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업용 대출이 많은 지역은행 등이 자본손실 및 자산 평가절하를 겪게 되고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 빅4 은행 중 가장 많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잔액(1420억달러)을 보유하고 있는 웰스파고 최고경영진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손실을 보게 될 것이고, 대출에 대한 위험관리에 들어갔다"고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들에게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은 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상업 부동산과 관련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일부 은행은 통합될 가능성이 있으며 (통합이)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발 2차 은행위기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세계 금융권의 또 하나 우려대상은 '그림자금융'이다. 스위스에 있는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은 전세계 금융자산 486조8000억달러의 절반(49.2%)에 해당하는 239조달러에 육박한다.<6월 5일자 '그림자금융, 전세계 금융자산 절반 육박' 기사 참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벗어난 그림자금융은 연준의 양적완화 등 수년간 초저금리 기조 하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각국의 규제당국은 그림자금융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은행권과 그림자금융이 어떻게 연계됐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시장이 악화됐을 때 그림자금융권 자산의 약 14%가 유동성 고갈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그림자금융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유로존 최대 은행들이 자금의 15% 이상을 그림자금융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험사와 헤지펀드, 자산관리자 및 연기금을 포함하는 그림자금융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유로존 은행들이 유동성과 신용위험에 점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미 연준 다가올 위기 대비 대형은행 자본 요건 강화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미국 금융당국은 올해 초 은행권 위기 이후 은행들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은행의 자본 요건을 약 20%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감독과 규제를 담당하는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지난 5월 하원 의원들에게 "최근 은행들의 파산이 발생한 것처럼 금융시스템이 충격을 겪을 수 있는 방식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 강화를 위해 추가 자본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감각을 익힌 이창용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 등은 레고랜드발 위기 등 부동산PF 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잡기가 만만치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 기조가 아직 누그러들지 않았다. 미국처럼 다가올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금융시스템 보강을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