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탄소배출, 토지이용(LULUCF) 따라 차이 커
흡수원 훼손하지 않도록 국토관리 체계 변화 필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 못지않게 흡수원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시화율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의 경우 흡수원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흡수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12일 국가별 기후변화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사이트인 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토지이용 및 토지이용 변화와 산림'(LULUCF) 포함 여부에 따라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LULUCF를 포함하지 않은 경우 전세계 배출량 중 39위를 차지했지만 포함하면 55위로 뚝 떨어졌다. 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상위 60개국과 유럽연합(EU) 등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숫자가 낮을 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1~3위 국가는 없기 때문에 비워진 상태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토지기반 온실가스 흡수 정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토의 이용·개발이 토지기반의 흡수원을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한국환경연구원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토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경우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의 심각성과 흡수원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의 중요성을 인지해 환경영향평가 시 개발사업에 따른 배출량이 흡수량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미국 역시 개발사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검토하고 누적 영향을 고려해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LULUCF 관련 국가 통계 구축조차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정주지(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도시나 지역) 부분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0여년 넘게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산정해오고 있지만 정주지 부문의 경우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9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24년까지 정주지 부문 활동 자료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정 보고 검증 지침을 수립해 국가 고유 배출·흡수 계수도 신규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가고유계수 적합성 여부 등을 검증해야 하므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LULUCF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을 모두 산정하는 분야로 다른 분야와 달리 임목 바이오매스와 토양 탄소 등의 자연생태계의 온실가스 배출·흡수 증감을 10~20년간의 변화 요인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시계열 배출·흡수량 추이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