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중갈등에서 새로운 해법찾기

2023-06-14 12:00:04 게재

미국 바이든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 배제 전략의 강도를 높혀왔다. 금년 1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세계적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와 거래하는 일부 미국 기업에 더 이상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3국 국가안보 고위급 회의에서 일본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칩 제조장비 수출 제한에 합의했다.

중국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입장은 민주·공화 가릴 것 없이 강경하다. 하지만 '정치적 깃발'과 현실은 다르다. 미중 양국의 경제연관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규모는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양국 무역규모는 6906억달러로 전년대비 5.0% 증가했다. 양국 사이 무역제재 등을 고려하면 놀라운 규모다. 이는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이려는 바이든행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 작동하지 않아

많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 강경파의 주장과 반대로 가고 있다. 서구 동맹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감에 동의한다. 중국의 강압적인 경제정책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비판적이다. 미국이 집중 견제하는 민감한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중국과의 대결을 시도하지 않는다. 중국은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유럽연합(EU)의 최대 무역국이 됐다. 2021년 양측 간 교역액은 8281억달러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에 맞서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더 많은 나라와 함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의 전략은 남반구 중·저소득 국가들을 의미하는 '글로벌사우스'에서 더 안 먹힌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은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급증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들을 몰아내려는 미국의 집요한 노력은 유럽과 인도를 제외하곤 거의 효과를 못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사우디 최대 무역국은 중국이다. 사우디의 국가개혁안인 '비전2030'은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에 크게 의존한다. 사우디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컴퓨팅 등 미국이 집중 견제하는 민감한 영역에서 중국기술을 선호한다. 동남아시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 역시 사실상 화웨이를 사이버안보 솔루션 담당 파트너기업으로 삼았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은 군사용 최첨단 반도체 등 가장 민감한 기술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술 전반에 걸쳐 중국을 배제하려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 주도를 따르지 않고 결국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미국의 기업·은행 주식, 모기지증권 등을 대량 보유했다. 미국은 이들을 매도하지 않도록 중국지도부를 설득해 더 큰 위기를 피했다. 중국은 자체부양책으로 세계경제 회복을 지원했다. 이것이 바로 양국의 공동이익이다.

중국은 미국국채 2대 보유국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규모는 3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해가 지날수록 미국 의회의 부채 한도 논쟁은 가열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정책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양국의 재무장관은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글로벌 및 국내 거시경제와 금융리스크를 논의해야 한다. 미중은 다시 한번 상호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미 CIA 국장 극비 중국 방문, 양국 관계개선 관측

중국은 2대 경제국, 최대 제조국, 최대 무역국이며 향후 수십년 세계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다. 미국의 유일패권과 세계경제 지배력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력의 거대한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중국과의 '결별'을 상정했던 '디커플링'(decoupling) 대신 대중국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디리스킹'(de-risking)이 새로운 화두가 됐다. 서구 주요국들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복잡한 공급망 속에서 전략적 자원, 기술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난달 월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극비에 중국을 방문했다. 미중간 전면적 관계개선을 모색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문제는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다. 바이든정부는 미중갈등 문제를 풀어갈 대담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 일방외교로 치닫는 윤석열정부도 시야를 넓힐 때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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