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대담해진 첨단기술 해외 불법유출
2023-06-15 11:58:02 게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통째로 중국에 복제될 뻔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첨단기술의 불법 해외유출이 무척 대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핵심기술이 여러건 해외로 유출된 적은 있었지만 공장 전체를 통째로 복제해 건설하려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출 수법도 점점 고도화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사활을 건 기술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년간 기술유출이 급증했고 유출국도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지로 확대됐다. 특히 중국은 자체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력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돈으로 선진국의 기술 인재를 데려와 기술유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산업스파이 양산 계획'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로 유사범죄 줄 이어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해외로 유출된 기술탈취 사건은 총 93건에 달했다. 매달 1.6건의 핵심기술이 유출된 셈이다. 피해액은 대략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여겨진다. 적발된 범죄 중 약 1/3이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전략산업 관련 기술이다.
핵심기술 유출 범죄가 이처럼 잦은 것은 기술을 빼돌려 큰돈을 벌어 보자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우선 기술유출에 대한 국내 법적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2019~2022년 선고된 총 445건의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인 47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집행유예에 그치거나 무죄판결이 났다. 형량도 평균 14.9개월 수준에 그쳤다.
현행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가 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외 산업기술에 대해서는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적발된 범죄 중 약 70%가 집행유예일 정도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초범이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등 감경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처벌이 이처럼 관대하다 보니 유사 범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경쟁국들은 기술유출 범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수차례 개정해 국가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걸리면 간첩죄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한다. 대만도 작년에 국가안전법을 개정, 경제·산업 분야 기술유출을 간첩행위에 포함시켰다. 영국· 독일·일본 등도 기술유출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기술유출 급증을 막기 위해 산업스파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12일 양형위원회를 열고 기술유출 범죄를 양형기준 수정 범죄군으로 선정했다. 대법은 8월부터 수정 논의를 시작해 내년 4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핵심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안보도 흔들리게 된다. 경쟁국을 따돌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술이 곧 경제이고 안보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기술을 베끼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합법적으로 이전되는 건수도 매년 늘어
고의적 유출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등을 해외에 설립하면서 합법적으로 이전되는 핵심기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수년간 외국 정부나 기업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첨단기술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로 나간 국가 핵심기술수는 2018년 22건이던 것이 작년에는 82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민감한 기술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기술이 유출되면 되돌리기가 어렵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첨단기술 연구개발투자 수준에 비해 기술유출 방지 노력이 무척 미흡하고 단속도 느슨하다. 경각심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인력관리 시스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첨단기술의 유출이 점차 지능화하고 조직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사활을 건 기술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년간 기술유출이 급증했고 유출국도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지로 확대됐다. 특히 중국은 자체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력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돈으로 선진국의 기술 인재를 데려와 기술유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산업스파이 양산 계획'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로 유사범죄 줄 이어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해외로 유출된 기술탈취 사건은 총 93건에 달했다. 매달 1.6건의 핵심기술이 유출된 셈이다. 피해액은 대략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여겨진다. 적발된 범죄 중 약 1/3이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전략산업 관련 기술이다.
핵심기술 유출 범죄가 이처럼 잦은 것은 기술을 빼돌려 큰돈을 벌어 보자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우선 기술유출에 대한 국내 법적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2019~2022년 선고된 총 445건의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인 47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집행유예에 그치거나 무죄판결이 났다. 형량도 평균 14.9개월 수준에 그쳤다.
현행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가 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외 산업기술에 대해서는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적발된 범죄 중 약 70%가 집행유예일 정도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초범이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등 감경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처벌이 이처럼 관대하다 보니 유사 범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경쟁국들은 기술유출 범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수차례 개정해 국가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걸리면 간첩죄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한다. 대만도 작년에 국가안전법을 개정, 경제·산업 분야 기술유출을 간첩행위에 포함시켰다. 영국· 독일·일본 등도 기술유출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기술유출 급증을 막기 위해 산업스파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12일 양형위원회를 열고 기술유출 범죄를 양형기준 수정 범죄군으로 선정했다. 대법은 8월부터 수정 논의를 시작해 내년 4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핵심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안보도 흔들리게 된다. 경쟁국을 따돌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술이 곧 경제이고 안보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기술을 베끼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합법적으로 이전되는 건수도 매년 늘어
고의적 유출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등을 해외에 설립하면서 합법적으로 이전되는 핵심기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수년간 외국 정부나 기업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첨단기술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로 나간 국가 핵심기술수는 2018년 22건이던 것이 작년에는 82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민감한 기술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기술이 유출되면 되돌리기가 어렵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첨단기술 연구개발투자 수준에 비해 기술유출 방지 노력이 무척 미흡하고 단속도 느슨하다. 경각심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인력관리 시스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첨단기술의 유출이 점차 지능화하고 조직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