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가짜뉴스 폐해와 근절 해법

2023-06-16 11:22:47 게재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 안 보니까 '신의한수'를 보지."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극우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진영논리에 빠진 편향된 언론관이다. 이 채널은 '21대 총선 투표조작설' '노회찬 의원 타살설' 등 진위가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가 담긴 영상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유튜브가 이젠 '페이크 뉴스'의 소굴이 돼 버렸다"고 개탄하며 "거짓·과장·극우·극좌 유튜버들은 퇴출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Fake News)의 속성은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다. 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흑색선전)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허위로 조작된 가짜뉴스가 횡행한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은 여야에겐 자기 진영의 운명을 가르는 최대승부처라서 허위조작정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AI가 만드는 가짜뉴스' 위험 커져

더 염려되는 것은 디지털시대 신종 위험인 '인공지능(AI)이 만드는 가짜뉴스'다. 이미 챗GPT의 자신있는 오답이 '거짓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하고, '존재하지 않은 환각을 보는 것처럼' 하는 현상이 확산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잘못된 정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허위정보 유포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에서 AI를 활용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기술) 가짜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와 영상, 목소리가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며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군대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발언하는 모습, 미국 국방부청사 옆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 등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가 퍼지며 미국 증시가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

가짜뉴스를 타파할 대안은 무엇일까? "진실은 너무 교활해서 붙잡기 힘들다"는 셰익스피어의 명언처럼 진실이라는 것은 어렵게 드러나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길은 있다. 첫번째 해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부활'이다. 언론은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투명하게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가짜뉴스를 물리치는 길이다. 언론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 관리하며 일방적인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실패한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쓴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의 경구다. 그는 또 "신문의 비평 앞에 설 수 없는 정부는 붕괴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전설 헬렌 토머스 기자도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번째 해법은, 추락한 대국민 공신력 회복을 위한 언론의 통렬한 반성과 자기개혁이다.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팩트체크를 생명으로 여기고 정파적 행태를 극복해야 한다. 진실성 자율성 균형성 공정성 불편부당성 독립성 객관성 투명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지키려는 언론과 언론인의 자주적 노력이 긴요하다.

진영의 양극화 넘는 '미디어 주권자행동' 절실

세번째 해법은, 유네스코가 제시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IL) 다섯가지 법칙' 실행이다. 이 법칙은 알톤 그리즐과 작타르 싱이 제출해 유네스코에서 제정된 것으로 21세기에 모든 미디어주권자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내용이다.

그 다섯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진실은 언론인과 시민 사이에 구축된다. 2. 거짓과의 투쟁은 편견, 고정관념, 폐쇄적 사고에 맞선 대결을 수반한다. 3. 윤리와 정직성, 책무성이 없다면 저널리즘의 신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대중·시민의 참여없이 양질의 저널리즘은 존재할 수 없다. 5. 양질의 우수한 저널리즘과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는 사람들의 권리를 평등하고 차별없이 강화하는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 해법은, 대한국민(大韓國民) '주권자행동 10계명' 중 하나인 허위조작정보에 매몰되지 않는 '미디어 주권자행동' 실천이다.<졸저 '정치레시피 호모폴리티쿠스' 참조> 정파와 진영의 사슬을 끊고 상업적 저널리즘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잡힌 언론, 검증된 미디어를 후원하자.

김종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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