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당국이 주가조작세력을 제압하려면

2023-06-30 11:42:43 게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하락 사태로 신종 시세조종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지난달 단속기관 수장들이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방안을 공식화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검찰(서울남부지검)은 현재 4개 기관이 분기별로 개최하는 조사·심리기관협의회를 불공정거래 전반을 살펴보는 월 2~3회 비상회의체로 전환시켰다. 특히 금감원은 전담부서를 신설해 신종 불공정거래에 관한 동향정보를 선제적으로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도 '차액결제거래(CFD) 특별점검단'을 만들어 4000여개 계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부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시기",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금융수장들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국 자본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금융수장들의 의지로 읽힌다.

금감원, 영치권 현장조사권 인지수사권 확보해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금감원의 조사권한 확대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단속의 최일선에 있지만 '현장조사권'조차 없기 때문이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임의조사권'만 있어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금감원 조사를 눈치 챈 혐의자들의 증거인멸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2009년 이전까지 영치권(제출된 물건·자료의 보관권리)과 현장조사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증권거래법은 해당 내용을 포괄적으로 금감원에 위임했지만 증권거래법이 자본시장법으로 통합되면서 이 같은 조사수단은 사라졌다. 현재 금감원은 주식 매매분석과 금융거래정보 요구, 문답조사와 자료제출요구 등 임의조사 수단만 활용하고 있다. 계좌추적권은 있지만 경찰이나 검찰처럼 금융기관으로부터 특정계좌의 거래내역을 한꺼번에 받는 구조가 아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신속한 대응을 위한 현장조사권과 휴대폰,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삭제된 내용 등을 복구할 수 있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발달로 영치권은 증거 확보를 위한 중요 수단이 됐다.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SNS(Social Network Services)가 투자자간 정보공유의 핵심수단으로 등장했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증권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증권범죄를 적발하기 위한 조사수단의 확대가 시급하다.

금감원은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장비, 현장조사권 등 조사수단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사이에 최근 SG증권발 주가급락 사태로 신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드러난 것처럼 시장교란 세력들의 수법은 더욱 진화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권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검찰과 금융위·금감원 특사경이 동일한 수사기능을 수행하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감원 특사경만 '인지수사권'이 없다. 인지수사권은 범죄혐의나 단서를 자체적으로 포착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금감원 특사경이 신속한 초기대응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은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자본시장 조사업무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데 국내 어느 기관보다 전문성이 높다. 금감원 특사경에도 인지수사권을 부여해야 할 이유다.

전문성 갖출 제도적 장치와 업무성과 보상시스템 마련해야

검찰도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와 관련된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검사들은 금융범죄수사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을 선호하지만 수사관들은 관련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을 꺼린다. 검사들은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관들에게는 별도의 보상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금감원 특사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본시장 조사·수사부서는 선호하는 영역이 아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담당자는 상당기간 한곳에서 근무해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순환보직제도가 부패를 막는 측면이 있지만 부패방지는 별도장치를 통해 강화하면 된다. 최근 금융회사 대비 보수가 낮아지면서 금감원의 변호사·회계사 직원들이 퇴사하고 있다. 업무성과에 대한 보상시스템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박진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