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전편 6
식품공장에서 바이오가스 생산 … 발상의 전환 필요
종량제봉투 내 폐플라스틱 평균 28.2% … 버려지는 재활용원료 되살리고 새로운 산업도 키울 수 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청사진은 나왔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각 분야에서 세밀하게 관련 계획들을 이행하는 일이다. 실제 집행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계획과 다른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발상의 전환이다. 이미 있는 시설들도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새로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지가 될 수 있다. 식품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들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버려지는 종량제봉투 안에 숨어있는 재활용 자원들을 캐내 기름(폐플라스틱 재생유)을 만들 수도 있다. 선언적인 말보다 실질적인 실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바이오가스는 축산 시설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식품제조공장이 바이오가스 생산기지로 탈바꿈할 수 있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4일 이준상 한국환경공단 에너지정책지원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는 국내 한 식품제조공장 관계자들을 만나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 연구개발과 관련한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익명을 요구한 A업체 관계자는 "식품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다른 에너지원을 찾을 필요가 생겼다"며 "비용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환경·사회·투명경영(ESG), 탄소중립 선언 등에 발맞춰 온실가스를 덜 뿜어내도록 사업장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산업의 선순환 구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제품 전주기에 걸쳐 자원이용 효율성과 순환성을 고려하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식품제조공장에서 바이오가스 생산을 고민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오가스란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분해(혐기성 소화)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을 말한다. 이 바이오메탄을 개질해서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980년대부터 바이오가스 시설을 보급해왔다. 독일의 경우 2017년 기준 전국에 바이오가스시설 1만971개소가 설치·운영 중이다.
◆2025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 50% 달성해야 = 덴마크는 도시가스 공급의 25%를 바이오가스로 충당하는 등 유럽에서는 바이오가스가 일상화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기성 폐자원을 사료나 퇴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과거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음폐수 해양 배출 금지 등으로 바이오가스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유기성 폐자원 성상(염도가 높은 음식물쓰레기 등)의 한계, 운영상의 문제 등을 겪으면서 처음 목표처럼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이오가스 의무생산 목표 등을 담은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공공 의무생산자는 2025∼2030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 목표율 50%를 달성해야 한다. 이후에도 5년 단위로 10%p씩 늘려 2045년 80%를 채워야 한다. 민간 역시 비슷하다. 2025∼2030년 10%로 시작해 2035년 50%, 이후 매년 10%p 올려 2050년 80%를 달성해야 한다.
의무생산 목표가 주어진 이들은 △직접 시설을 설치해 가스를 생산 △다른 시설에 폐자원 처리를 위탁해 가스를 생산 △다른 시설에서 생산한 실적을 구입 등을 통해 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종전 바이오가스 설비들을 재정비하는 일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사업 개발에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수소 생산도 가능, 운송 효율 높여야 = 바이오가스는 수소 생산 역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마곡 에코 수소충전소의 경우 바이오가스 제조시설에서 나오는 고순도 바이오메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고질화 및 개질화 작업을 통해 수소로 만들 수 있다.
고질화기술이란 바이오가스를 천연가스 수준의 열량으로 만들기 위해 메탄함량을 95% 이상으로 늘리고 이산화탄소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물흡수법(Water Scrubbing) 화학적흡착(Chemical Absorption) 압력순환흡착법(PSA) 막분리법(Membrane) 등이 있다.
개질화 작업이란 고질화 공정을 거친 뒤 바이오 메탄과 물 또는 산소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순도 95% 이상의 메탄가스를 원료로 촉매반응기를 거쳐 순도 99.995% 이상의 수소를 추출한다.
7일 김기동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마다 고가의 개질화 설비를 설치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모아서 개질화하거나 다양한 운송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는 좀 외진 곳에 있지만 수소 충전소는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며 "튜브트레일러(TT)로 공급하는 방식은 용량에도 한계가 있고 추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에 운송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폐플라스틱 확보하느라 '진땀' = 발상의 전환은 플라스틱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복합재질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기술로 재생유로 만들어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석유 및 화학원료나 수소연료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열분해 유화기술이란 간단히 얘기하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등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을 고열에 녹여 액체연료인 재생유로 변환시키는 방법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면 온실가스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약 8억6000만톤/년 CO₂를 뿜어낸다. 이는 석탄발전소 189개(500MW)에서 나오는 분량이다.
문제는 기술이나 설비가 있어도 정작 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6일 폐플라스틱 열분해 전문업체 대표 B씨는 "최근 탄소중립 등으로 열분해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재생유를 만들기 위한 원료인 폐플라스틱 물량이 부족하다"며 "기술이나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충분한데도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열분해율을 2020년 0.9%에서 2026년 10.0%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위해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원료(신재)를 가져다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장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의외로 답은 가까이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의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자료를 토대로 폐플라스틱 발생량 및 처리량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 내 폐합성수지류 함유율은 평균 28.2%다. 열분해 업계에서는 원료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다른 곳에서는 그냥 버려지는 상황이다. 종량제 봉투로 버려지는 폐합성수지류를 선별해서 재활용한다면 궁극적으로 생활플라스틱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7일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 선별 시설 등을 갖춰서 버려지는 재활용자원이 없도록 할 계획"라며 "공공 열분해시설 설치 사업 등을 통해 선순환 구조 확립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생활플라스틱 발생량을 2020년 160만톤 대비 2025년 20%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플라스틱 발생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용어 설명]
■선형경제 & 순환경제 = 선형경제란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로 끝나는 종전 방식을 말한다. 반면 순환경제란 폐기로 끝나지 않고 다시 순환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생산-유통-소비-재사용·재활용 등 모든 과정에서 자원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나아가 사용된 자원을 경제체계 안에서 계속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경제체계를 추구한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서는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환망을 구축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 체계를 순환경제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