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장기적 안목 담은 산업정책을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산업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2기가와트(GW)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신규 보급량은 3GW였다. 지난해에 비해 1/3이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 정부 연간 신규 보급량 4.7GW와 비교하면 40%대다. 업계는 태양광 생태계 전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 최근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실태' 감사와 국무조정실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 점검' 결과 특혜 허가 등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례가 적발됐고 공사비 부풀리고 부정 대출 받는 등 보조금 비리가 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리는 비리대로 적발하고 근절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책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산업측면에서 태양광산업을 지원ㆍ육성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비리를 없애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산업육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리를 없애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산업육성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은 반드시 해야 하는 정부의 또다른 책무다. 지금 세대뿐 아니라 후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RE100에 가입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무대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은 각국의 태양광 지원책으로 표출되고 있고 태양광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SEMA(태양에너지제조육성법), 유럽연합의 탄소중립산업법(NIA) 등이 태양광산업 육성책을 담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나 중국도 태양광산업 육성정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요즘 우리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은 입밖에 내지 않는 금기어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오로지 탈원전을 폐기하는 '탈탈원전'이 에너지정책의 전부인 것으로 들린다.
과잉공급 우려에도 원전을 더 확대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발표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 에너지위원회에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원전 수소 등으로 새 공급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과 생활 전반의 전기화와 첨단산업 투자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신규 원전을 포함 새 전원 믹스구성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현재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충 대책은 빠져 있다.
정부의 인식처럼 지난 정부가 과도한 신재생에너지 확충과 원전 억제로 전원 믹스가 균형을 잃었고 심지어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같은 논리로 다음 정부는 이번 정부가 과도한 원전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억제로 전원 믹스가 균형을 잃었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늦춰진 점을 비판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대목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가 심각한데도 마땅한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쉽다. 상반기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0%가 줄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선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상반기 대미국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은 감소하고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은 증가하면서 상반기 사상 최대규모인 263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흑자였던 대중국 무역수지도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다. 대중국 수출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정책을 보여줘야 할 때다.
대중국 수출 최악인데 해결하려는 의지 안보여
가치동맹을 통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우리가 앞서서 중국과 경제교류를 축소할 단계인지 고심해봐야 한다. 대체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부의 하반기 주요 산업정책 방향 보고서에서도 경제안보 통상 강화는 있지만 대중국 수출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석유화학 기계 철강 등 주요업종 전망에서 중국의 수요증가나 투자침체 등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 정부가 특정 국가에 경도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경제안보전략은 다음 정부에서 주변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경제 특수성과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산업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ㆍ중 모두의 재앙이라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악화되고 있는 미ㆍ중 기술패권경쟁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균형감 있고 장기적 안목을 담은 산업정책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