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베일 속의 예산들이 드러난다

검찰 이어 감사원·대통령실도 '특활비·특경비·업추비' 공개 임박

2023-07-14 11:06:53 게재

정보공개소송에서 법원 잇달아 원고 손 들어줘

감사원 출장비, 대통령실 수의계약도 포함 요구

쌈짓돈처럼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진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가 베일을 벗고 공개되기 시작했다. 불법과 부정을 수사하고 조사하거나 통치했던 조직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법원이 잇달아 정보공개청구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를 거부했던 국회, 검찰이 결국 숨겨놨던 사용내역을 내놔야 했다. 영수증 처리도 제대로 안된 특수활동비뿐만 아니라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영수증 있는 쌈짓돈' 역시 낱낱이 검증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실, 감사원도 특수활동비 등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 문제점 지적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공개한 증빙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14일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등을 중심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온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대표(법무법인 농본 대표)는 "국민들의 세금을 정부기관들이 마음대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며 법원에서 공개 판결이 연이어 나오는 만큼 각 기관들이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자료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소송은 3개의 시민단체와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국회부터 = 참여연대는 2017년 9월,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원고 승소로 판결을 받아냈다. 국회 사무처에 '2011~2013년 사이 국회 특수활동비의 지출·지급결의서, 지출·지급 승인 일자, 금액, 수령인 등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를 요구한 2015년 5월 이후 2년여 만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한 행정소송은 2018년 7월 2심 판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표절정책자료집 등이 공개됐다. 또 행정법원은 "20대 국회가 사용한 2016년 6~12월까지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세부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국회는 항소를 포기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특정업무경비의 40%이상이 영수증없이 현금으로 유용된 것으로 나왔고 특수활동비는 쌈짓돈처럼 사용됐다. 그러고는 2018년 8월 하반기 특수활동비의 70~80%를 삭감하고 2019년 특수활동비를 대폭 줄였다.

◆2019년 10월~올 4월까지의 검찰 특활비도 공개된다 = 올 4월 13일 대법원은 검찰총장 서울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그대로 확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집행정보와 증빙서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해야 한다. 이 기간 중 검찰총장은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총장이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영렬, 윤석열 배성범 지검장이다. 자료는 지난달 23일 공개됐다.

하승수 대표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지출내역과 영수증에 대해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말까지 사용한 것을 받았고 조만간 2019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자료도 받기로 했다"면서 "일정기간의 정보공개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다른 기간은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승소하고도 자료 못 받은 교훈 = 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 청구 역시 승소를 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2019년 한국납세자연맹은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예산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이 또한 승소했지만 결국 자료를 받아보지 못했다. 1심 판결이 나는 데만 2년(박근혜정부) 또는 3년(문재인정부)이 걸렸다. 대통령실은 항소로 맞섰다. 결국 탄핵과 퇴임으로 기각되거나 관련자료가 모두 대통령기록기념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송은 각하로 마무리됐다.

두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후 윤석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정보공개청구가 이뤄졌고 역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 100일쯤 되던 시점인 지난해 8월 17일에 집권 초반인 5월 10일~7월 29일까지 두 달 가량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함께 수의계약 현황까지 제출토록 요구하는 소송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3차 변론까지 진행됐으며 8월 마지막 변론 후 1심 선고는 10월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계약현황과 주체 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다른 기관들 회계감사한 감사원은? = 하 대표는 감사원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함께 출장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들어갔다.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에 사용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다. 감사원을 대상으로 출장비 내역을 요구한 것을 감사원의 감사행태에 대한 간접 검증을 해 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감사원은 2018년에 14개 기관에 대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점검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고는 국회와 외교부, 통일부 등에 대해 특수활동비 집행계획을 수립하지 않거나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자신들의 특수활동비도 감사대상에 포함시켜 '셀프감사'까지 실시한 셈이다.

감사원은 2017년 11월에 특수활동비의 진행내역확인서를 생략할 경우 요건과 절차를 정한 자체지침 등 내부통제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감사원에 제출하도록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감사원 소송은 1차 변론을 마친 상태다. 하 대표는 "빨라야 올해 말은 돼야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봤다.

◆쌓여가는 판례들 = 국회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포기하고 곧바로 자료를 내놨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패소, '정보공개' 판결이 나오자 부실한 자료를 내놓긴 했지만 자료 제공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대통령실, 국회, 검찰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판례로 쌓여가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 대통령실의 자료 공개 역시 '시간 싸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 대표는 "국정원 안보비나 각 부처에 들어가 있는 안보관련 특수활동비를 제외하고는 공개돼야 하고 이를 국회에서 의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견제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굳이 특수활동비가 있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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