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나무 북상, 토양미생물 다양성 중요
수종변화는 대기·물순환과도 연관
산·물줄기 연계, 유역단위 관리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림생태계의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식생대의 변화다. 침엽수에서 활엽수종으로 식생 이동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인위적 활동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발생한다. 게다가 이러한 수종 변화는 대기나 물 순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이 커진다.
◆활엽수림과 혼효림, 약 10%대 증가 = 17일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이 연평균 0.5℃ 상승할 때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의 분포는 서해안과 동해안 각각 80km 정도 북상한다.
또한 2000년 대비 2090년에는 활엽수림과 혼효림(두 종류 이상의 수종으로 구성된 산림)은 각각 14.3%, 11.6% 증가한다고 예측됐다. 반면, 침엽수림은 24.9%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충주댐 유역을 대상으로 1985~2000년의 위성 영상을 통해 토지피복변화를 모니터 해 변화양상을 바탕으로 2090년까지 산림분포를 예측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나무들의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는 경향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 및 산불에 의한 영양 순환의 변화는 고위도 지역의 활엽수림 확장을 촉진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시점이 2052년에서 2040년 이전으로 10년 이상 앞당겨질 전망이다. 1.5℃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수치다. 6℃ 상승 시 지구상 모든 생물체가 멸종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잠재적으로 산림 토양 미생물 군집과 지구 탄소순환을 변화시킨다. 유기물의 골격을 이루는 탄소는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생물권과 대기 사이를 이동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에 의해 유기탄소로 합성됐다가 호흡에 의해 다시 대기 중으로 환원되는 식이다.
탄소는 생태계를 통해 이동하면서 식물이나 토양에 일정 기간 축적된다. 그 양상은 산림 유형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탄소는 식물체 내에 유기물 형태로 있다. 식물체가 죽으면 미생물 분해 과정을 거쳐 이산화탄소로 방출된다.
◆물질순환 고려한 통합적 접근 필요 = 최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은 생물들이 종전에는 접한 적이 없는, 위협적인 변화일 수밖에 없다. 산림의 기후변화 적응속도보다 기후대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 멸종위기종이 증가하고 산림생물다양성이 감소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미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과 같은 고산 및 아고산지대(고산대와 산지대 사이 수직분포대) 식생의 경우 저지대에서 올라오는 수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중이다.
게다가 이러한 식생 이동은 산림토양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림토양은 육상생태계 중 가장 큰 탄소저장고다. 산림생태계는 육상생태계 내 지상부 탄소축적량의 약 90%, 지하부 탄소축적량의 40%를 차지한다.
또한 지구에서 육지와 대기 사이의 탄소순환이 해양과 대기 간 탄소순환보다 크므로 산림생태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억제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삼림토양에 저장된 탄소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나 인간의 인위적인 영향은 산림토양 탄소에 영향을 미쳐 전지구적 탄소순환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17일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논문 '침엽수에서 활엽수로의 식생 이동이 산림 토양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생물 다양성이 낮은 경우 토양유기탄소(SOC)의 취약성을 증가시켜 온난화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 토양 내 미생물은 산림 탄소순환을 조절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반응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들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분절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체 물질순환을 고려한 통합적인 관점이 시급하다.
지난 6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2023~2025)에서 산림분야 위험 요소로 꼽힌 목록만 봐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산림의 생장과 탄소 흡수량 변화 △산림 생물 서식지 변화 △폭우 및 가뭄으로 인한 산림 계류수(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의 변화 △병해충 피해 증가 등이다.
이들 요소는 모두 하나만 해결해서는 극복될 수 없다. 최근 유역 단위의 통합적 산림 관리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필지 단위로 산지가 구분·관리되는 시스템에서는 생태계 단절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