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인구 200만 … 유통가 채식주의 '강타'

가치소비 확산+미래 먹거리 인식

2023-07-18 13:53:15 게재

대체육버거·비건인증식당 급성장 … 식물성단백질 등 비건영양제 해외직구 3배 늘어

유통가에 채식주의(비건) 바람이 거세다.

건강뿐아니라 환경보호·동물복지 등이 지속가능한 소비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비건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비건인구는 줄잡아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동물 원재료를 쓰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여하는 비건인증 식품은 2021년 기준 286개로 2019년 대비 151% 증가했다. 한국채식연합은 2008년 15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채식인구가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2022년 기준 200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건관련 식품 대체육버거가 생겨나고 비건식품만 파는 전문식당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최근엔 영양제 같은 건강기능식품도 채식주의 바람을 타고 있다. 당장 비건제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 플랫폼 아이허브에 따르면 지난해 비건영양제 한국판매율이 2020년 대비 3.3배 이상 성장했다. 비건 식료품은 이 기간 89.9배나 판매량이 늘었다.

비건제품이 식료품시장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 비건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연 풀무원이 앞서가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플랜튜드 코엑스점은 개점 1년 만에 누적 방문 고객수 7만5000명, 메뉴 1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파스타 떡볶이 비빔밥 등 대중적인 메뉴를 발빠르게 순식물성 재료로 재해석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롯데리아도 2020년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대체육 버거 '리아 미라클 버거 Ⅱ' 2종으로 채식주의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체육버거 판매량은 1년새 47%가량 증가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1월 이 메뉴를 새단장했다. 환경 보호와 건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새단장한 대체육 버거는 6개월간 35만개 넘게 팔렸다.

단백질시장 역시 비건바람을 비켜가지 않았다.단백질시장은 2018년 890억원에서 4년새 4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히 식물성 단백질 제품은 우유에서 유래된 유청 단백질 보충제에 비해 아직까지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체 비건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식물성단백질제품은 특히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백질시장이 '비건 격전지'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 CJ제일제당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얼티브'는 단백질 함량을 높인 '얼티브 비건 프로틴' 2종(초코·커피맛)을 선보였다.

 아이허브는 PB(자체브랜드) 상품인 '캘리포니아 골드 뉴트리션'(CGN) 을 내놨다.

CGN 식물성 단백질은 유제품 없이 100% 식물성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함유한 비건제품이다.

아마씨 치아씨 발아흑미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었다. 소화가 쉽고 오메가3 지방산 섬유소 미네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아이허브 측 설명이다.

실제 세계 비건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대두 단백질, 쌀 단백질 외에 견과류나 씨앗 등 단백질 원료도 활용하는 재료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음료업계에서도 비건을 비롯 채식문화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다"며 "다양화되는 채식 인구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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