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 심각한데 … 유류세 인하 또 연장 '고민되네'
서민·자영업자 부담완화 위해 1년8개월째 연장
5월까지 국세수입 전년 대비 36조원이나 감소
국제유가 다시 꿈틀, 중단 대신 인하폭 축소 거론
유류세 인하조치는 국제유가가 급등한 2021년 11월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1년8개월째 연장되고 있다.
다만 한때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특히 5월까지 세수 감소폭이 36조원에 이르면서 세수확보를 위해서라도 세금감면 중단 명분이 생겼다. 다만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국제유가가 변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름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오는 8월말 종료된다. 정부는 늦어도 8월 초중순까지는 유류세 인하조치의 중단이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폭등 =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환율 급등에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린 영향도 한몫했다. 국내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1800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20% 인하했다. 이어 2022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탄력세율로 적용할 수 있는 최대 가능 폭까지 세율을 인하했다.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정부는 탄력세율을 낮춰 유류세 인하폭을 조금씩 줄였다.
휘발유의 경우 유가 인하폭이 2021년 10월 리터당 820.5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8월에는 리터당 515.8원까지 단계적으로 줄였다.
국제유가 안정세 덕분에 올해 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5%대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최근 3%대 수준으로 꺾였다.
휘발유·경유의 평균 판매가격 역시 2022년 7월 정점을 찍고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2021년 10월 리터당 1700원을 상회하다가 같은 해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로 1600원대로 하락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유가격이 다시 급상승해 리터당 200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원유가격 하락과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로 2023년 5월에는 1600원대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 정부로서는 2년 가까이 끌어온 유류세 인하조치를 중단할 명분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세수펑크 보완책 거론 = 정부의 감세정책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세수펑크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도 '유류세 인하중단론'에 힘을 싣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5월 누계 국세수입이 160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6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은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로서는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의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폭은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 37% 수준이다. 인하 전 유류세 대비 휘발유는 리터당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은 73원 낮은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조치를 중단한다면 연말까지 적어도 수조원 규모의 세원확대 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총선 민심도 부담 = 문제는 내년 4월 예정된 총선 민심이다. 정부가 오는 8월 유류세 인하조치를 중단한다면 당장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다시 18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현황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72.2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은 1382.0원을 기록했다. 휘발유는 1주일 만에 3.0원 상승했고, 경유도 2.9원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3.2원 오른 리터당 1642.6원, 최저가 지역인 대구는 6.9원 오른 1539.5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역시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국제에너지기구(IEA)·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재고 감소, 석유 수요 증가 전망 등이 겹치며 2주째 상승세다.
국제 휘발유 평균가격도 배럴당 90.1달러로 4.7달러 올랐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역시 전주보다 3.3달러 오른 배럴당 79.5달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를 중단하기보다는 연말까지 연장하거나, 인하폭을 조금 줄이면서 중단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폭 조정 여부는 8월까지 물가 추이와 국제유가 흐름 등을 종합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