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기' 다음은 '이재명 체제' 평가? 비명계 공세

2023-07-21 10:53:37 게재

"혁신에 성역 없어야" 김은경혁신위 압박

김남국 제명 권고안, 본회의 처리도 관심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가 김은경혁신위를 향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 없이는 혁신도 없다'며 혁신위를 압박하고 나섰다. '성역없는 혁신'을 명분으로 총선 전 이재명 대표 중심의 리더십에 변화를 꾀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위 활동 방향 밝히는 김은경 혁신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민주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윤영찬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 행보를 비판하면서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롭게 고친다는 의미인데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며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말에 틀린 얘기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혁신위가 혁신을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이 지난 18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지난 1년을 이 대표가 끌고 왔기 때문에 그동안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져야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그 부분을 배제하면 무엇이 혁신의 과제이고 대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부연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게 지난 1년에 대한 반성과 평가, 대선부터 시작해서 지방선거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반성과 평가가 있어야 이걸 바탕으로 해서 혁신이라는 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 혁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탄핵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를 탄핵하라고 한 적 없다. 평가를 통해 해야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성역 있는 혁신을 누가 혁신이라고 보겠나. 성역없이 진정으로 아무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 혁신이 돼야 떠나간 국민들의 민심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하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자 해야, 잘못된 걸 바로잡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눈치보기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성역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에서 혁신위에 대한 불만은 출범 초기부터 있었다.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제시했을 때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내부와 소통없이 당위성만 앞세워 던지는 혁신안은 분란만 일으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친명계도 적잖은 불만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비명계의 불만과 비판이 더 직설적이다. 본격적인 쇄신안을 내놓기도 전에 '길을 잃었다'고 나선 점은 이목을 끈다. 혁신위가 제도적 한계 등을 이유로 '이재명 대표 체제 아래 혁신'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이원욱 의원은 "왜 대선을 졌나, 왜 지방선거를 졌나, 왜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못하고 있는데 당 지지도는 고착돼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평가를 해야 진단이 나오고 그것을 고쳐가는 것이 혁신위"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명계가 주창해 온 '총선 전 민주당 리더십 교체'를 연상케 한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질서 포럼'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선거 얼굴을 바꾸는 것이 민주당의 카드"라고 밝혔다. 유 전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비호감도가 똑같은데 저쪽은 불변이고 이쪽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아닌 새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제도상의 이유를 들어 리더십 교체에 선을 긋고 나선 혁신위에 반발한 것이란 해석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이낙연 전 대표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김 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의 원로라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본인(이 전 대표)이 잘 아실 것" "만찬을 끝내고 어깨동무 하고 나오면 기쁠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당의 단합을 강조한 것을 넘어 '이재명 체제'에 대한 옹호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하나는 혁신위가 총선 공천룰을 손볼 것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 위원장은 출범 직후부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기준' 등을 강조하며 공천 룰에 대한 개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역에게 유리하게 짜여졌다는 민주당 총선 공천룰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회 윤리자문위가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최고 징계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해 윤리특위와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자문위가 징계 의견을 내놓으면 특위는 징계안을 징계심사소위로 넘겨 심의한 뒤 전체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특위 징계안은 본회의 표결을 거쳐 확정되며,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다.

그간 의원들에 대한 특위 징계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점에서 김의원의 의원직 제명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혁신위의 출발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이번 표결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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