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정당현수막 허용조항 원천삭제"
국회 옥외광고물법 개정 요구 연명
시민사회·변호사들 헌법소원 추진
17개 시·도지사들이 정당현수막을 무제한으로 허용토록 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국회에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인천시에 이어 광주시가 조례를 개정해 난립하는 정당현수막 규제에 나섰지만 상위법 위배 논란에 가로막히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25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17개 시·도지사들이 모두 옥외광고물법 8조 8호 '정당현수막 적용배제' 조항 삭제 요구서에 서명했다. 시·도지사들은 이를 토대로 조만간 국회에 옥외광고물법의 정당현수막 허용 규정 삭제를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지난해 새로 신설된, 정당현수막 난립의 법적 근거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듯 했지만 총선이 다가오면서 다시 난립하기 시작했다"며 "원천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30대 변호사의 모임인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과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정당현수막을 합법화한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4일부터 청구인단 모집에 나섰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말 수량 규격 장소 제한 없이 정당현수막을 걸 수 있게 한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된 후 자극적 문구로 가득한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며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현수막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시민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단을 대리할 백대용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며 "헌법소원이 법 개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가 정당현수막을 제한하는 조례를 발의했지만 상위법 위배 논란에 이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도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고, 울산시는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강제 철거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들 지자체 역시 실제 정당현수막 규제는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정당현수막 규제 조례를 제정해 지난 12일부터 정당현수막 강제철거에 나섰지만 20일까지 철거한 현수막은 고작 348개에 불과하다. 인천시 10개 구·군 중 구청장 의지가 강한 연수구(100개)와 부평구(95개) 정도만 적극적일 뿐 다른 지자체들은 시늉만 내는 수준이다. 그나마 철거한 현수막도 게시 기간이 지났거나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게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구·군 공무원들이 정당현수막 철거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인천시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하는데다 정당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경우 현장 공무원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적극행정 면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당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경우 해당 공무원들을 온전히 보호하기는 어렵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정당현수막 규제가 국민 공감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이 존재하는 한 강제 철거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애꿎은 현장 공무원들만 어려운 상황에 내몰 것이 아니라 국회가 법을 개정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국회가 스스로 법률 개정에 나서기를 바라는 눈치다. 인천시에 이어 광주시 조례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속내는 정당현수막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실효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