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여당 거부에도 6개월째 '추경' 편성 요구

2023-07-27 10:48:16 게재

27일 "힘겨운 국민 손 잡자" 1월부터 민생지원 촉구

윤 대통령 "재정 중독 여전, 미래세대 약탈" 반대

서민 삶 위기 공감대 … '정쟁 이슈' 대체 기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올 1월 신년간담회서 언급한 후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강조했다. 민주당 공식회의 석상은 물론 수해복구 현장 방문에서도 추경편성 요구는 이어졌다. 민생과 경제회복을 명분으로 한 이 대표의 추경편성 요구에 대해 정부여당은 '불가' 입장이 단단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 중독,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라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겉으로 보기엔 '메아리 없는 외침'인 셈인데 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이 대표의 추경 요구의 결과가 주목된다.

부여군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일대 침수 피해 농가를 찾아 농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이재명 대표는 27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 회복 추경'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극심한 수해로 민생경제는 더 험난한 가시밭길에 직면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정책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 △경제도약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민생회복 프로젝트에 30조원, 경제회복·취약계층 지원에 5조원을 투입하는 추경 세출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절박하고 어려운데 정부가 외면하고 곳간 문을 잠그고만 있다면 국민적 질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6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국민 밥상이 위태롭다"며 "물 폭탄, 물가 폭탄으로 민생 경제가 휘청이는데도 정부는 안하무인"이라고 했다. 그는 "일 년 내내 민생 주름이 깊어지는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 상승 우려마저 '큰 변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고 한다"며 "도대체 경제부총리는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삶을 방치한 채로 추경을 안 하는 것이 마치 신념처럼 되어버린 윤석열정부, 즉각 추경을 추진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폭우 피해를 입은 충남 부여군 수해복구 지원 활동 현장에선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해 정부의 대대적인 피해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 대표는 "정부는 이번 재난 극복 과정에서 '건전 재정'을 너무 노래하지 마시고, 돈이란 필요할 때 쓰자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강조했던 '민생 회복'에 최근 폭우에 따른 국민적 고통 경감을 추경편성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국민의 손을 국가가 잡아드려야 할 때"라며 "민생 회복, 경제 도약, 취약 계층 보호의 '3대 과제 해결'에 여야가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잇단 추경 편성 요구에 여권은 여전히 거부입장이 분명하다.

지난 6월 이 대표의 민생 추경 요구 후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를 들어 반대입장을 내놨다.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6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5년 동안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늘었다"면서 "재정중독, 일단 쓰고 보자는 무책임 정치에 대한 제어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추경중독'도 이제 끊어야 한다. 조삼모사로 국민을 속여선 안된다"며 이 대표의 추경 편성 요구에 선을 그었다.

정부 입장도 강경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 등 야당이 필요성을 주장하는 '수해 복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추경은 안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세수가 30조∼40조원 부족할 것 같은 상황이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국가부채를 늘려야 하는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적인 신인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의 추경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추경 편성의 현실적 여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집중호우 등 재해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이 추가로 불거지는 등 여건이 변화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반기 경제 상황과 원활한 수해 복구를 위해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수해 복구 태스크포스(TF)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규모 재해에 해당하는 폭우 피해와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쟁 이슈 대신 민생문제를 중심으로 제기하고 주도하기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실제 이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에서 민생문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원내 1당 대표로서의 위상에 맞는 행보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실제 추경 편성이 이뤄질 경우 정치적 이익은 결국 야당 보다는 여당 몫으로 돌아간다"면서도 "민생을 위한 야당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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