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구리' 몸값 높인다

2023-08-02 11:02:03 게재

전기차 풍력·태양광발전 핵심소재

지금도 경기예측 바로미터 역할

탄소중립사회와 친환경에너지 전환이 금속수요를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리(동, coppe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에너지 전환 시대, 더 많은 금속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향후 금속 수요는 에너지 전환이 이끌 것"이라며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반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국들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시대 주인공은 리튬 니켈 구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 구리는 워낙 광범위한 산업에 다양한 용도로 쓰여 '경기예측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경기가 좋아 기업의 산업활동이 활발해지면 구리 수요가 늘고, 경기가 침체되면 구리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10년뒤 구리수요 절반이상이 에너지전환 =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2년 내놓은 '세계 에너지전망 특별보고서'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은 광물수요 증가를 가져온다"고 전망했다. 이어 "구리는 전기차, 해상풍력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광물일 뿐 아니라 육상풍력 태양광 원자력발전에도 핵심소재로 쓰인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와 NH투자증권은 2022년 전체 구리수요 2560만톤 중 25%인 643만톤을 에너지전환용으로 추정했다. 이 중 75%가 파워그리드(발전, 전력계통), 14%가 전기차 수요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파워그리드·전기차 수요 모두 확대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가 늘어날수록 파워그리드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파워드리드 수요는 2030년 1300만톤으로 2022년대비 2.7배 필요하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리수요도 증가한다. 전기차 1대에 쓰이는 구리 수요가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많다. 따라서 10년 뒤에는 전체 구리수요에서 에너지전환 비중이 절반 이상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구리는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소재로 사용된다. 전도성 높고 (잘 구부러지는)무른 성질을 지닌 구리 전지용 동박으로 적합하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구리는 아연 주석 니켈 금 은 등과의 합금처리와 가공이 용이할 뿐 아니라 전기·열전도성이 우수하다"며 "부식저항성과 전성(얇게 펴지는 성질), 연성(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 가공하기 쉽고, 적당한 강도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구리의 전기전도성은 철의 5배, 아연의 3배, 알루미늄의 1.5배 높다. 구리는 일반적으로 정광을 제련해 전기동으로 생산된 후 가공을 거쳐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소비된다.

◆구리 생산량 미주지역에 편중 = 구리는 원자번호 29번의 원소로, 원소 기호 'Cu'로 표기한다.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는 대략 25번째로 풍부하며 철 알루미늄에 이어 많이 재활용되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산업별 세계 구리 소비 비중(2022년 기준)은 전기네크워크가 28%(890만톤)로 가장 많고, 건설(건축)부문이 27%(859만톤)로 뒤를 이었다. 이어 소비재 22%(699만톤), 운송부문 12%(382만톤), 산업기계류 11%(350만톤) 등이다.

전기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전선 등 전력설비, 전자제품, 조명장치 및 배선장치 핵심소재다. 건설부문에서는 빌딩배선, 배관 및 열수축 튜브, 공업용 냉장냉동설비, 건축자재로 쓰인다.

가전제품 주방조리기구 관악기 잠금장치 밸브 칼류 등 소비재와 자동차 철도 선박항공우주산업 등 운송부문에도 구리가 필요하다. 구리는 해충을 죽이는 살충제와 곰팡이 번식을 막는 항균제로도 사용된다.

한편 엘러먼터스(elements)와 월드 메탈 스타티스틱(World Metal Statistic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구리 생산량은 칠레가 점유율 약 27%로 1위이며, 페루 10%, 중국과 콩고 각 8%, 미국 6% 순이다. 구리 생산량은 지역적 편중이 심해 미주지역이 50% 이상 차지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한국은 구리광산이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돼 있지만 총 매장량은 약 200만톤으로 극히 미미하다"며 "1975년 약 1만톤의 구리광석을 생산한 적이 있으나 1992년 이후 채굴하는 광산은 없다"고 밝혔다.

구리 수요량은 1위 중국(28.4%)에 이어 미국(11.2%) 독일(7.7%) 일본(6.5%) 한국(4.5%)이 2~5위다. 중국은 수요량과 제련·정련구리 생산량 부분에서 세계 1위에 올라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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