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2030세대의 총선 선택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의 '사진 따귀' 논란에 이어, "18년 간 시부모를 모셨다"는 김 위원장 주장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정치판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취소 문제와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편집숍 출입 보도로 궁지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총공세다. 길거리에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반면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8개월 뒤 총선을 놓고 보면 이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돼 이슈에 대한 변동성이 거의 없어서다.
현재 여론지표로는 2030세대도 반국민의힘 성향
김 위원장 발언 논란으로 다시 세대문제가 부각됐지만, 총선과 관련해서는 어르신 변수보다 오히려 2030세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 쪽으로 기울면서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세대가 4050세대를 포위하는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여권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서 내년 총선 목표로 '170석'을 제시했다고 한다. 2030 젊은 세대들이 결국 나라를 위한 대통령의 진심을 이해해줄 것으로 본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부정평가를 근거로 2030세대의 귀환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정부여당이나 야당 모두 2030세대를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이념이나 진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연령효과(Age Effect)가 주로 나타나는 60대 이상은 보수 지지성향이, 세대효과(Cohort Effect)에 경도된 4050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하다면 2030세대는 이념이나 진영보다 이슈와 정책에 대해 민감한 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이 윤석열 지지로 옮긴 것도 공정성 논란의 조국 변수에다, 젊은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있었고, 그가 이슈화시킨 젠더문제를 윤 후보측에서 수용한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30세대 내부의 결도 천양지차다. 우선, 같은 2030이라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크다. 미국의 경우에도 여성들이 낙태나 민주주의 같은 진보어젠다에 민감한 편이지만 우리 2030여성들은 세월호 참사와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진보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대선에서 젠더이슈가 쟁점이 된 후 2030여성들의 반국민의힘 경향은 더 공고해졌다.
또 18세부터 20대 전반세대와 20대 후반 이후 세대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20대 전반세대가 이슈반응도가 높은 편이라면, 라이프 사이클 상 취업이나 결혼을 준비중인 20대 후반~30대 초반세대의 경우 일자리나 주거문제 등에 대한 정책반응도가 높은 편이다. 청년실업과 물가 부채 등 고통지수가 높아지고, 이를 해결할 정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20대 후반 이상 세대의 윤석열정부에 대한 태도는 대선 때보다 훨씬 냉정해졌다.
이런 경향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8월 첫주 데일리오피니언(8월 1~3일 조사)의 내년 총선 전망에 따르면 '정권견제론'은 18~29세에서 49%, 30대에서는 48%로 나타났다. 반면 '정권지원론'은 18~29세에서 28%, 30대에서 32%에 불과했다. 대통령 지지도나 정당 호감도에서도 비슷한 격차를 보인다. 지표만 보면 2030세대의 귀환을 바라는 민주당의 기대에 더 부합하는 것 같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2030세대의 투표율 하락
하지만 현재 2030세대의 절반이 무당층(18~29세의 54%, 30대의 42%)이라는 점, 이들이 이슈와 정책휘발성이 강한 세대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도 속단은 금물이다.
사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들 세대의 투표율이다. 2002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이후 계속 올라갔던 2030세대 투표율은 지난해 대선에서 소폭 하락한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는 10%p 안팎으로 떨어졌다. 투표 연구에 따르면 두번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유권자는 세번째도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2030세대의 내년 총선 선택과 관련해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투표율 하락"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다.
윤석열정부가 갈수록 실망을 더하고 민주당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도 2030세대 나름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누가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