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한미일 합의와 서로 다른 국익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면 정말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즈도 '미국 외교의 꿈이 실현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의 약한 고리였던 한국과 일본이 대중국 전선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람 이매뉴얼 주일미국대사는 "중국의 전략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1·2위 동맹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번 3국 정상회의로 근본적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인도·태평양에서 전략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니엘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일본 식민지배의 유산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와 과거 인정을 꺼리는 일본 정부는 태평양에서 (대중국) 연합군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약화시켰다"며 "하지만 캠프 데이비드 회담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한일 화해 낳은 '강제징용 해법' 법원에서 잇단 '무효' 판결
이런 변화가 가능하게 된 데는 윤석열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기초한 한일의 '역사적 화해'가 놓여있다.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배상을 거부한 일본기업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가 추진됐다. 윤석열정부는 일본정부에게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정부가 재단을 만들어 모금한 후, 이들이 일본기업을 대신해 징용 피해자에게 변제해준다는 '제3자 변제안'을 추진했다. 일본정부는 이에 호응해 한일정상회담을 열어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고,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법원에 의해 잇달아 '무효' 판결을 받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거부하는데도 돈을 공탁해 그들의 채권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수원·광주·전주지법은 '손해배상제도의 취지나 기능에 비추어 심히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기업이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청인(정부)이 제3자 변제를 통해 판결금을 변제한 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발생해 채권자로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채권의 만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채권자의 반대 의사표시가 명백하다면 3자 변제를 제한하는 것이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와 위자료의 제재적 기능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세 지방법원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부가 일본기업을 대신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전국 6개 법원에서 동일한 이의신청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사법부의 유사한 판결이 이어진다면, 윤석열정부의 제3자 변제안은 파탄이 불가피하다. 이에 기반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국익이 서로 다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3국은 안보 우선순위가 다르다"며 "한국의 경우 초점은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이 논의를 꺼리는 대만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미가 합의한 북핵 관련 '확장억제 협의체' 핵협의그룹 참여를 거부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일본정부가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일은 경제적 이해도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무역의존도(수출입대 GDP비율)가 59.6%로 일본(25.3%)보다 2.3배나 높다. 특히 중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일본과 대중국 전선에 함께해 얻는 이익은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손실은 쉽게 예상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한일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용 견인차가 돼 더 강하게 결속할 것이란 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지역내 경제·무역 협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겁박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로 한국은 대만전쟁 참전 결의한 것"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점도 우려스럽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한 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은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의로 한국은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즉각 참전하겠다는 결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로 반중국 전선에 공식 합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가 심각히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