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와 장애인 차별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 필요
탈탄소 사회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변화들이 생기면서 덩달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이슈들이 생성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금지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시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정책을 설계할 때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디 주름이 있어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질병과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가 발명되기 전에는 음료수 등을 마실 때 흡인성 폐렴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 뇌병변·근육위축·다발성경화증 등 많은 장애인들이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음료를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로 섭취하게 되면서 이러한 고민이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재사용 가능한 빨대를 소지해야 하는 의무가 부가되거나 장애인에게 빨대를 요청하는 책임을 지우는 '차별적'인 요소가 발생돼 미국 장애인법의 입법 취지와 원칙에 위배된다. 빨대가 필요한 장애인 대부분이 눈으로는 쉽게 식별되지 않으므로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 상태를 설명·입증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은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움직임과 함께 질병이나 장애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는 추세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올해 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사업주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빨대를 포함한 각 품목의 사용금지 예외 규정도 함께 알렸다.
호주 외에 다른 나라들도 장애나 의료적 이유 등으로 빨대 사용이 필요할 경우 예외를 두고 해당 물품들이 대체 소재로 전환될 때까지 유예하는 등 섬세하게 정책을 설계 중이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상당한 국가에 해당한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은 132kg(2015년)이다. 벨기에(170kg) 대만(141kg) 등과 함께 다소비 국가로 꼽힌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8억6000만톤/년 CO₂를 뿜어낸다. 이는 석탄발전소 189개(500MW)에서 나오는 분량이다. 온실가스 외에도 해양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돼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까지 탄생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환을 넘은 순환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에너지전환 (화석에너지에서 저탄소에너지)의 본질은 원자재 전환 (석유 가스 석탄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동 알루미늄)이고 탄소중립의 궁극적 지향점은 원자재 순환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제는 전지구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초기부터 함께 고민해 나중에 생길 문제들을 미리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