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임단협 화두로 부상한 '정년연장'
2023-08-31 11:57:23 게재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까워지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연장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법정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최근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청원했다.
국내 최대 단일노조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들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요구안에 정년연장을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다. 노조들은 일할 능력이 있는 고령 조합원이 많고,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령까지 발생하는 소득공백 해소를 위해 정년연장이 긴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장점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특히 2025년에는 6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돼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젊은 층의 노령인구 부담이 증대돼 한국 경제가 더 깊은 수령으로 빠져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년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당면과제가 됐다. 정년연장이 노사간 임단협에서 화두로 부상한 것은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6년 만이다
정년연장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미국은 1978년 70세로 올렸다가 1986년 정년 개념 자체를 없앴다. 영국도 2011년 정년 개념을 삭제했다. 노인 대국 일본은 2013년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한 데 이어 지금은 이를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도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모두 67세로 늘렸고 독일은 정년을 66세에서 67세, 연금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정년연장 문제는 인구구조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노동시장 고용형태 연금 노인복지 등 여러 분야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놀기만 하던 복지 수혜자를 일하는 인구로 바꾸기 때문에 노인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국민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기까지의 소득공백도 최소화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일하는 노인들은 세금과 연금을 지속적으로 납부하게 돼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고 연금고갈 시점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정년을 연장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노사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세대 간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예컨대 대기업 경영진은 인건비 부담을 우려, 정년연장을 극력 반대하는 반면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진은 오히려 상당수가 찬성하는 등 결이 다르다.
주된 부작용은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퇴직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할 경우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년이 1년 연장되면 청년 취업자의 비중이 0.3% 가까이 하락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정년연장이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져 그 부담이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숙련 고령자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 선행돼야
정년연장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땅히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저출산·고령화와 연금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의를 위해 밀어붙였다간 선의로 도입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 부동산정책이나 최저임금의 재판이 될 수 있다. 탁상공론을 통해 손쉽게 결론을 내 강제한다면 그 시행착오의 대가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정년연장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숙련된 고령자를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오히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져 청년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신규 일자리가 줄지 않는 가운데 노인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노인부양 부담도 줄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회적 해법이 도출되어야 한다.
국내 최대 단일노조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들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요구안에 정년연장을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다. 노조들은 일할 능력이 있는 고령 조합원이 많고,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령까지 발생하는 소득공백 해소를 위해 정년연장이 긴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장점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특히 2025년에는 6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돼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젊은 층의 노령인구 부담이 증대돼 한국 경제가 더 깊은 수령으로 빠져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년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당면과제가 됐다. 정년연장이 노사간 임단협에서 화두로 부상한 것은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6년 만이다
정년연장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미국은 1978년 70세로 올렸다가 1986년 정년 개념 자체를 없앴다. 영국도 2011년 정년 개념을 삭제했다. 노인 대국 일본은 2013년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한 데 이어 지금은 이를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도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모두 67세로 늘렸고 독일은 정년을 66세에서 67세, 연금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정년연장 문제는 인구구조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노동시장 고용형태 연금 노인복지 등 여러 분야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놀기만 하던 복지 수혜자를 일하는 인구로 바꾸기 때문에 노인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국민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기까지의 소득공백도 최소화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일하는 노인들은 세금과 연금을 지속적으로 납부하게 돼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고 연금고갈 시점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정년을 연장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노사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세대 간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예컨대 대기업 경영진은 인건비 부담을 우려, 정년연장을 극력 반대하는 반면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진은 오히려 상당수가 찬성하는 등 결이 다르다.
주된 부작용은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퇴직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할 경우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년이 1년 연장되면 청년 취업자의 비중이 0.3% 가까이 하락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정년연장이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져 그 부담이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숙련 고령자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 선행돼야
정년연장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땅히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저출산·고령화와 연금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의를 위해 밀어붙였다간 선의로 도입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 부동산정책이나 최저임금의 재판이 될 수 있다. 탁상공론을 통해 손쉽게 결론을 내 강제한다면 그 시행착오의 대가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정년연장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숙련된 고령자를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오히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져 청년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신규 일자리가 줄지 않는 가운데 노인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노인부양 부담도 줄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회적 해법이 도출되어야 한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