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국 '고금리 후폭풍' 끝이 아니다

2023-09-01 11:26:27 게재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최근 예상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8%다. 2분기 GDP성장률 2.4%에 견줄 수준이 아니다. 미 연준(Fed)도 3분기 실질 소비지출과 민간투자 증가율을 각각 4.8%와 11.4%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미국경제는 과열 국면이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은 7월 기준 3.5%다. 임금인상 압박도 강하다.

뉴욕 연준이 지난 21일 발표한 노동력시장 조사보고서를 보면 신규고용자의 평균임금은 7만8645달러다. 1년 전보다 5800달러 올랐다. 상승폭이 8.0%다. 기존 직원을 붙잡으려면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소리다. 현재 미국의 평균임금은 6만9700달러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데이터를 보면 올 1분기 미국 기업수익은 2조8200억달러다. 지난해 2분기 정점 대비 1800억달러 줄었지만 높은 수준이다. 기업수익 증가가 임금과 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임금상승폭이 물가보다 높으면 실제 구매력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7%로 여전히 높다. 물가상승은 미국의 통화 긴축주기에 시행한 대규모 재정지출의 결과물인 셈이다.

미국 재정-통화정책 엇박자가 신흥국 위기 불러

총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은 낮은 실업률과 이로 인한 임금인상이다. 인플레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 투자와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4% 가운데 개인소비의 기여율은 1.12%p다. 개인투자는 0.97%p이고 정부소비와 투자가 0.45%p 정도다. 이중 0.36%p는 부동산투자 몫이다. 지난 분기의 0.85%p에 비할 바 아니지만 중요한 성장엔진 중 하나다.

정부 소비나 투자는 특히 금리에 민감하다. 대부분 고정금리인 가계 부동산 대출금리와 다르다.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앞으로 건설 투자비용이 더 올라갈 게 분명하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억제하려는 통화정책 방향과 모순인 셈이다. 연준도 7월 의사록을 통해 금리정책 방향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심은 미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충돌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수준은 높고 지속시간도 오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재정과 통화정책 사이의 모순은 점차 국제 금융시장으로 확산 중이다. 미 재정과 통화정책 엇박자가 신흥시장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미 국채의 증가다. 이미 양적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연준은 매달 6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방출 중이다. 게다가 재정채권 발행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5월 말 국채상한을 잠정 폐기한 후 미 국채는 31조4000억달러에서 8월 17일 기준 32조7000억달러로 늘어났다.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대량의 채권공급으로 수급불안을 피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바로 미 채권가격 하락이다. 채권가격 하락은 수익률 상승을 의미한다. 8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30%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약한 고리는 신흥국 금융시장이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미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최근 신흥국 시장 환율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은 환율안정을 위해 미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대량의 미 국채 투매로 인한 자금은 다시 미국으로 회귀한다. 미 국채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BEA 데이터를 보면 지난 1분기 미국 금융계좌의 순차입 규모는 3268억달러다. 경상계좌 적자인 2193억달러를 웃돈다. 7월 중순 이후 몇주 간 이어진 달러지수 강세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리스크다. 미국과 신흥시장간 금융불안지수(FSI) 조건의 비대칭 등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여타 시장간 자금 악순환 대비할 시점

따라서 미국과 여타 시장 간 자금 악순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연준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자금은 미국으로 더 쏠리게 된다. 미국의 금융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연준의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반면 신흥국은 자금이탈로 유동성이 부족해진다. 금융조건이 더 위축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불안한 부동산 PF 시장이나 환율을 보면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도 결코 녹록한 편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를 기대하기보다 불안요소를 하나씩 처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