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만기연장으로 위험 '이월'
증권사 PF 중 73% 연장, 저축은행·캐피탈도 버티기
제2금융권 부실위기 여전, 지방주택·상업용 비중 커
고금리와 경기불황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 진행이 중단된 부동산PF 대부분이 만기연장을 통해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한 고리'로 지목된 2금융권의 부동산PF 위험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어서 시장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인 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5조2000억원 중 약 73%가 만기연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PF 중 브릿지론의 약 64%, 본PF의 약 38%가 상반기에 만기 도래했지만 대부분 연장됐다.
일부 사업장들이 부실화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대주단 협약이 가동된 이후 만기연장이 이어지고 있어서 전체적인 연체율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다. 브릿지론의 90% 가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캐피탈 업체들도 대부분 연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장 대부분이 만기연장을 통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시에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9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기연장은 PF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위험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만기연장 이후 정상화가 불확실한 PF사업장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동주택용지의 전매를 허용하거나, 위험성이 큰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을 위한 보증확대 등의 대책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금융권 대출이 확대된다고 해도 물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 등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공사비 상승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 조성과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매수할 수 있는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3월 기준 2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익스포저 중 수도권 아파트 비중은 15.3%에 불과해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수요 회복의 영향이 적다. 사업진행이 어려운 지방 아파트와 기타 주거시설(주상복합, 연립주택) 비중이 각각 15.7%, 15.6%로 높고, 상업시설과 업무·산업시설 등이 전체 익스포저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황보창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은 단기적으로 보합·또는 상승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더 큰 하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지원책은 부동산금융의 손실을 이연해 금융기관 생존에 유리한 듯 보이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한 익스포저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