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오만법' 소환하는 퇴행적 리더십
2023년 대한민국에는 여야 권력자의 오만과 독선, 편견이 횡행하고 있다. 매카시즘적 공안통치 검사권력이 앞장서서 이끄는 역사의 퇴행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 행태를 헌법에서도 벗어난 과도한 이념회귀라고 비판한다. '뉴라이트 운동권'이 됐다는 냉소다.
그리스 시대엔 오만하거나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하는 '오만법(Hubris Law)'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을 잃고 자신의 권력이나 지위를 과시하거나 남용하는 오만한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오만법'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은 솔론(Solon, 정치가·입법자)이 정치·사회 구조개혁을 위해 만든 법이다. 이 법은 시민들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솔론의 개혁은 당시 아테네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체제로 정착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정치는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민주주의의 전진은커녕 도리어 역주행하는 퇴행적 리더십에 무너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가 고대 오만법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이념의 목적은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의 '민생·경제 회복과 국민통합'
최근 '이념전쟁'을 정점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가르기, 혐오·배제·확증편향·역사왜곡은 반역사적 반정치적 퇴행이다. 진보 보수 이념으로 포장됐지만 수구(守舊)로 뒷걸음질 치는 중이다. 국민적 요구와 여야 대타협에 의해 탄생한 '87년 헌법체제'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진보 보수 논쟁보다 더 낡은 사고이고 수구적 기제다.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는 '이념'으로 포장한 권력의 오만이다.
역사적인 반면교사가 있다. 과학혁명을 이끌고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구한 영웅 '원자폭탄의 아버지'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린 로버트 오펜하이머 사례다. 그는 인류평화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매카시즘 광풍에 쓰러졌다가 68년 만에 구소련의 스파이 혐의를 벗게 됐다. 어찌 달나라 별나라를 가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면서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전쟁'과 '역사왜곡'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한 범여권·범보수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도층 국민뿐만 아니라 보수층 지지자들의 부정적 평가도 확대일로에 있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의 1/3 지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때부터 지지했던 핵심지지층도 이탈하는 '이상기류'가 드러난다. 과반 지지는 얻어야 국정주도력과 총선 승리가 가능할 수 있는데 말이다.(한국갤럽 5∼7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념은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가. 이념의 목적은, 국가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이념의 목적은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의 '민생·경제 회복과 국민대통합'이다. 그런데 정작 여야 최고 지도자는 이 지상과제를 말로만 강조할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근간인 가계·기업·정부 부채규모가 4770조원이다. 경제3주체가 연간 부담하는 이자만 210조원에 이른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붙었다. 중국 경기불안이 가시화하면서 '3고 위기'(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고조되고 있다.
위기극복은 진영의 수장 아닌, 서번트 리더십으로 국민통합해야 가능
여야 정치권은 기승전 '차기 총선 승리'에 다걸기 하는 중이다. 하지만 권력쟁취·확대보다 '국민 섬김'이 정치의 본령이다. 윤 대통령도 검사식 응징 리더십에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전환해야 위기를 극복하는 국민통합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
역사는 길고 권력의 시간은 짧다. 과거의 낡은 이념 논란, 진영 위주의 역사왜곡, 마구잡이식 언론과의 전쟁 등 남 탓에 몰두할 에너지와 시간이 없다. 올해 창간 30주년 된 내일신문이 창간 당시 정관에 명시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이 중심이 된 사회가 답이다. 사시(社是)처럼 '보수와 진보를 넘어 내 일을 하며 내일을 지향한다'가 대안이다.
주권자는 차기 총선에서 여야 지도자, 위정자 중에 누가 오만하지 않은 리더라고 면죄부를 줄까. 어떤 당(후보자)이 오만법 위반이라고 심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