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에 mRNA 백신 개발 주역 2명

2023-10-02 22:18:28 게재

커리코․와이스먼 교수 … 코로나19 종식 기여 공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2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공로를 인정해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 대학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페렐만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주요 공로로 “효과적인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을 꼽았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mRNA가 어떻게 면역체계와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현대 인류건강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일부 변형해 인체 세포에 넣어주면 인체 면역체계를 자극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변형된 mRNA가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커리코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1990년대 초부터 mRNA 백신 개발 가능성을 인식하고 연구를 해왔다.

이후 면역체계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연구를 하던 와이스먼 교수와 공동 연구에 나서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변형해 투여하면 수지상 세포가 이것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면서도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5년 발표했다.

mRNA에 대한 두 연구자의 꾸준한 연구 성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 노벨위원회의 평가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로 2010년께부터 제약업계에서도 mRMA 백신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됐으며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같은 질병에 대한 mRNA 백신 개발도 추진됐다.

이들이 연구한 mRNA는 생명체 내 모든 세포의 구성 요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령’(전달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정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지시(유전정보)를 담은 mRNA가 세포 내로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mRNA가 매우 불안정한 물질인 동시에, 의도치 않게 강한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었다.

mRNA를 백신으로 쓰는 전략은 199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이런 면역반응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실제 임상에 쓰는 데는 제약이 많았다.

카탈린 커털린 커리코와 드루 와이스먼 박사팀은 2000년대 중반 mRNA의 4개 염기 중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를 이용해 mRNA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선천적인 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mRNA의 염기를 교정함으로써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피해 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배성만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mRNA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된 것은 이러한 mRNA 변형 기술의 응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백신 제작기술은 백신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에 사용된 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약화한 바이러스나 죽은 바이러스 형태의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바이러스가 필요했다. 이 바이러스가 있어야 생백신이나 사백신 형태로 인체 내에 주입함으로써 면역체계가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얻기 위한 세포 배양과 증식 등에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게 큰 단점으로 꼽힌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는 “mRNA 백신은 염기 교정 기술을 이용해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어 세포배양 단계가 필요 없다”며 “이를 통해 백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했고, 인체 세포의 유전자에 병합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수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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