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무너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내년에 태양광발전업체 30% 정도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 업계 관계자 얘기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태양광발전산업은 매년 50% 성장을 보일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에너지 상황이나 탄소감축에 대한 세계적 흐름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태양광시장은 전년 대비 1/3이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세계 태양광발전시장 급성장하는데 우리는 역주행
블룸버그NEF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발전 신규 설치 규모는 연초 전망치 320~340기가와트(GW)보다 20GW 늘어난 340~360GW로 상향됐다. 최근 블룸버그 글로벌 태양광시장 전망 보고서는 올해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이 392GW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수치가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243GW에 비해 무려 150GW가 추가되는 셈이다. 태양광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 등 제품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에 500GW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야말로 '태양광 빅뱅'인 셈이다. 발전용량 기준으로 보통 태양광 7GW가 원전 1GW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으로 원전 55개가 늘어나는 꼴이다.
전체 시장을 끌고 가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 많은 국가들이 태양광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탄소중립 시대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이유가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신규 태양광발전 시설규모는 2.0~2.7GW로 예상된다. 지난해 3GW에 비해 마이너스성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에서 태양광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역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시장이 축소되는 데는 두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정책의 변화다. 경매제도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무력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고정 등은 태양광산업 억제책으로 작용했다.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RPS는 그동안 태양광산업 성장의 기반이었다.
정부는 1월 올해 RPS 비율을 14.5%에서 13%로 낮췄다. 또 경매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모물량의 1/4만 입찰되는 상황이 됐다. 기준가격이 낮게 책정돼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본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RPS제도 변화 이유로 공정경쟁체제 도입을 내세운다. 투자비 보전없이 이제 신재생에너지도 다른 에너지원과 공정하게 경쟁을 하든지 같은 에너지원끼리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지원예산은 올해 1조1092억원에서 내년 6330억원으로 42.9% 줄게 된다. 특히 금융지원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내년 태양광시장 급랭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중장기 시장을 좌우할 연구개발(R&D) 예산도 감소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태양광산업에 대한 조사·수사·감사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국무조정실뿐 아니라 최근에는 조달청까지 나섰다. 비리는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만 장기간 여러 국가기관이 특정산업에 대해 이같이 조사·수사·감사하는 것은 '전 정권 지우기'라는 정치적 의도라고 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더불어 진흥하는 방안은 없나
불안정성 등 단점에도 미국과 유럽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막대한 지원을 하며 태양광발전을 육성하고 있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사용)을 실현하고 다른 나라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똑같이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세계 사업장에서 전력 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비율은 31%였다. 국내 사업장 전환율은 9%에 불과했다. 국내 전환율을 높이고 싶어도 재생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립적으로 볼 게 아니라 화석연료발전을 줄이는 방향에서 더불어 진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치우지지 않고 적정한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재생에너지를 다루는 산업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