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대 정원 확대 '딜레마' 빠지나
2023-10-23 10:45:15 게재
"조건부 찬성"이라며 "국면전환용" 강한 비판
호남 공공의대 강조 … 유의동 "지역 포퓰리즘"
23일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그동안 의대정원을 늘리는 데 실패한 것은 의사들이 요구한 조건들을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의대정원 확대'를 던져 놓고 전제조건들을 보면 의사단체들이 그동안 요구했던 것들을 다 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의대 정원 1000명 확대' 얘기가 나온 이후 공식입장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다. 민주당이 예상치 못했던 카드인데다 그동안 민주당 정부에서 기득권에 막혀 못했던 것이라 윤 대통령이나 여당에겐 의대정원 확대가 강력한 국면전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줄곧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찬성' 입장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친이재명계인 정성호 의원이 페이스북에 환영 메시지와 함께 민주당도 못했던 것을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릴 정도였다. 민주당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지난 17일, 화요일이었다.
정의당과 진보당도 이미 환영 메시지를 포함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뒤였다. 이날 김성주 정책위 수석 부의장이 밝힌 첫 공식입장은 "의대정원 확대방침을 환영한다"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과 같이 가야 공공, 필수, 지역의료 시스템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의 입장이 명확히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을 언급하면서 "산부인과·소아과와 같은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의료진의 법적 리스크 완화, 보험수가 조정, 보상체계의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관련해서 형사 리스크를 완화시켜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필수의료혁신 전략에 대해 "'지역' '필수' '전략' 어느 것 하나 들어있지 않은 빈 수레"라며 "정부여당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국면 전환용으로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와 로드맵 그리고 필수 공공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가 발표한 '지역 필수의료 체계 혁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지역 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의 말은 앞으로 전개될 '의대 정원 확대' 논의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자칫 정치포퓰리즘에 휘둘리거나 지역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당정 협의, 여·야·정 협의 등 다각적인 의견 조율에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과도하게 의사단체의 조건들을 들어주느라 속 빈 강정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실질적으로 '지역 필수 의료 확충'과 '의대 쏠림' 등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호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남 지역 공공의대 설립 등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설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의 프레임인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 포퓰리즘'으로 치부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마다 의대수요가 많고 특히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 등 호남지역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의 윤석열정부 의대 확대에 대한 세부사항 비판이 혹 지역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 게 부담"이라며 "현 정부가 구체적인 증원규모나 로드맵 등을 미리 내놓지 않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내놓을 경우 민주당은 다소 어려운 국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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