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탐구 선택가이드

종합전형, 과목 선택 따라 유불리 갈린다?

2023-10-25 10:57:59 게재

대학 자료로 본 과학탐구 선택 가이드 … 학과 따라 '물리학Ⅱ' 이수 필요성 달라

선택 과목을 결정하는 시기이다. 특히 학생들은 과학탐구 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이 크다. 자연계열 전공과 연계성이 높은 교과이기에 대학은 수시 서류 평가 시 어떤 과학 과목을 이수했는지 중요하게 살핀다. 고교 내신이나 수능에서의 영향력도 높다. 과탐Ⅰ·Ⅱ 8과목을 기준으로 대다수 학생들은 2~3학년 때 이 중 3~5개를 선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의대를 지망할 때 '물리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지 등을 궁금해한다. Ⅱ과목은 성취평가라지만 과목의 난도가 만만찮다. 3학년 때 이수하는만큼 수능 준비와 겹쳐 학습 부담이 상당하다. 때문에 학생들은 학습 부담을 줄일지, 전공 적합성을 드러낼지 고심한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과탐 선택을 안내하는 자료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가 공동 연구한 '고등학생 교과 이수 과목의 대입 전형 반영 방안 연구', 서울대의 '2024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시행계획', 동국대의 '2024학년 학생부 위주 전형 가이드북'을 통해 과탐 선택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학생들의 과탐 선택에 도움이 될 내용을 담았다. 교과전형에서도 서류 평가를 포함하는 교과전형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함께 참고하시길 바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학생들의 교과 선택은 평가자가 관심 분야를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특히 2024학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폐지되고 학생부 항목이 축소되면서 평가자 입장에서는 학생부에서 볼 수 있는 평가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교과 영역 비중이 커졌고, 교과 성적뿐 아니라 교과 이수 현황의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살핀 뒤 관련 과목을 선택해 학업 역량과 전공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과탐 선택은 전공 적합성이나 진로 역량을 보여줄 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과 연계되는 만큼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 박정선 연세대 책임입학사정관실장은 "과목 선택권이 확대된 상태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생들의 결정을 돕기 위해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가 공동 연구한 '대학 자연 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권장 과목'을 2월 발표했다.

자연계열을 전공할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 있는 핵심 과목과 권장 과목을 안내했다. 핵심 과목은 학과(부)에서 '필수'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며 권장 과목은 '가급적'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다. 수학 컴퓨터 기계 화학 의학 약학 등 계열 수준으로 나눠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14개 학문 분야별로 제시한 권장 과목은 2022년 종합전형 지원자의 과목 이수 현황 분석과 함께 자연계열 교수 412명과 고교 교사 4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후 종합전형 평가 경험이 있는 학과별 위촉 교수사정관들의 의견과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도출한 결과다.

◆대학 교수들이 본 과학 과목, 전공마다 과목별 필요성 편차 커 = 282쪽에 달하는 '고등학생 교과 이수 과목의 대입전형 반영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특히 5개 대학 자연계열 교수 4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내용이 눈에 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들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우선 과학 과목 중 일반선택 과목인 과탐Ⅰ 4과목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전공 공부에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5점, 전혀 필요하지 않을 때를 1점으로 했을 때의 평균은 '물리학Ⅰ'과 '화학Ⅰ'이 4.2점, '생명과학Ⅰ'이 3.8점, '지구과학Ⅰ'이 3.0점이었다(표).

학문 분야별로 '물리학Ⅰ'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물리 분야가 평균 5.0점, 기계과와 천문·지구는 4.9점, 재료/화공·고분자·에너지와 전기·전자, 화학이 4.8점, 건설/건축은 4.6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산업은 3.0점, 컴퓨터는 3.4점 등으로 다른 학문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리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인식했다.

'화학Ⅰ' 선호도가 높은 학문 분야는 화학, 재료/화공·고분자·에너지 분야가 평균 5.0점으로 화학을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했으며 약학은 4.8점, 생명과학·환경/생활과학/농림이 4.7점, 의학은 4.6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산업, 컴퓨터, 수학 분야는 화학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생명과학Ⅰ' 선호도가 높은 학문 분야는 생명과학·환경/생활과학/농림과 의학이 평균 4.9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약학이 4.8점, 간호/보건이 4.6점 순이었다.

한편 '지구과학Ⅰ'에 대해서는 천문·지구 분야가 평균 4.5점으로 가장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했고 다른 학문들은 평균 2.6~3.6점으로 응답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구과학은 자연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이지만 물리·화학과는 달리 순수과학이라기보다 물리·화학·수학이 포함된 응용과학에 가까운 학문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공학·컴퓨터공학 외 공학 전반 '물리학Ⅱ' 중요 = 학생들은 과탐Ⅱ를 선택할 때도 고민이 깊다. 진로선택 과목으로 과탐Ⅰ에 비해선 부담이 적지만, 대개 고3 때 배우는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와 함께 이수하는데다 대다수 학생에게 수능 선택과목도 아니라서 부담을 느낀다.

'물리학Ⅱ'는 물리분야에서 평균 4.9점으로 해당 과목을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고 기계와 전기·전자 분야가 평균 4.8점, 재료/화공·고분자·에너지와 화학 분야가 4.5점으로 해당 과목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반면 산업, 생명과학·환경/생활과학/농림과 수학 분야와 컴퓨터는 물리 과목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인식했다.

'화학Ⅱ'는 약학과 화학 분야에서 각각 평균 4.8점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고 재료/화공·고분자·에너지 분야가 4.7점, 기계 분야가 4.5점 등으로 '화학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생명과학Ⅱ'에 대해서는 약학 분야와 의학 분야에서 평균 4.8점으로 해당 과목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생명과학·환경/생활과학/농림 분야는 4.7점, 간호/보건은 4.6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컴퓨터 분야, 전기·전자, 수학, 건설/건축은 다른 계열에 비해 '생명과학Ⅱ'의 중요도가 낮았다.

'지구과학Ⅱ'는 천문·지구 분야에서 평균 4.0점으로 가장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했다. 반면 다른 학문분야에서는 평균 1.8~3.3점으로,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와 같은 진로선택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낮게 보고 있었다. 진로선택 과목 중 '과학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 과목은 모든 학문 분야에서 해당 과목들에 대한 중요도를 대체로 낮게 인식하는 설문 결과가 도출됐다.


김기수 기자 · 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