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에 커지는 제2금융권 위기 | ② 부동산·건설업 대출 연체

신협·농협·수협·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절반' 부동산 위험 직결

2023-10-26 11:05:50 게재

2019년 91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176조1000억원으로

새마을금고 관리형토지신탁 16조 분양시점에 연체 '위험'

6월 연체율 0.75%에 그쳤지만 시간 지날수록 급증 가능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새마을금고)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가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가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미분양 물량이 점차 쌓이면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종배 의원(국민의힘, 충북 충주시)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잔액은 6월말 기준 119조7000억원에 달했다. 농협이 69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협( 39조8000억원), 수협(10조4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1월 기준 56조4000억원으로 농협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부동산 호황기에 대출 크게 확대, 미분양·공실 늘면 타격 =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대출규모는 2019년 91조1000억원에서 2020년 117조1000억원, 2021년 139조7000억원, 지난해말 17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6월 176조1000억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대출 잔액(346조9000억원)의 50.7% 수준으로 비중이 커졌다.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증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영향의 크다. 투자에 대한 예상 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부동산 매입과 부동산개발 관련 자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택과 상업용부동산 매입을 위한 부동산 임대업 대출도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개인사업자의 주택매입 수요와 함께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하락과 미분양·공실이 늘면 관련 대출을 받은 사업자들의 연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전국 초기분양률은 71.6% 수준이지만 대구(28.5%), 대전(22.2%), 전남(9.7%), 경북(25.8%) 등에서는 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 분양 자체를 연기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할 경우 실질적인 미분양 위험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수협·신협·산림협동조합에 적용되는 최소 자기자본비율은 2%로 타 업권 대비 낮은 점을 고려할때, 부동산 및 경기침체 장기화 시 규제 기준 충족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사에 자본 확충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부동산PF '잠재적 시한폭탄' = 상호금융조합은 부동산PF 대출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규모는 6월말 기준 4조8200억원으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적다. 신협 단위조합들은 신협중앙회와 연계한 부동산PF대출만 취급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 역시 부동산PF대출을 하지는 못하지만 관리형 토지신탁 형태의 건축자금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대출 규모는 6월말 기준 16조3000억원으로, 관련 대출을 처음 시작한 2019년(1694억원)부터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1월 15조7527억원 보다 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관리형토지신탁을 통한 개발사업의 사업주체는 신탁사이지만 사업비는 위탁자(토지소유자) 또는 시공사가 금융회사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금융권에서는 넓은 의미의 부동산PF 대출로 보고 있다. 준공 후 부동산 가치와 담보 인정비율에 근거해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사착공 이전에 대출이 이뤄지는 브릿지론과 공사착공 이후에 이뤄지는 본PF가 혼합된 형태다. 공사착공이 지연되면 연체가 발생할 수 있고, 공사착공 이후에는 분양이 안 될 경우 연체가 발생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대주단협약을 통해 부동산PF 사업장이 좌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기연장 등을 하면서 부동산PF 연체율은 기업 대출 연체와 비교해 상승폭이 크지 않다. 6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3월말 2.01% 대비 0.16%p 상승했다. 증권사의 PF대출 연체율이 17.28%로 가장 높고 저축은행(4.61%), 여신전문금융사(3.89%), 상호금융(1.12%), 보험사(0.73%), 은행(0.23%) 순이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의 경우 6월말 기준 연체율은 0.75%로, 지난해말 0.39%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컸지만 신협·농협·수협의 부동산PF 연체율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리형토지신탁 대출 대부분은 분양 시점에 연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연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대출이 급증한 만큼, 시공이 끝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위험이 도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완공 시점에 미분양이 급증하면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는 잠재적 시한폭탄이라는 의미다.

증권사의 PF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사PF 중 새마을금고 참여 사업장의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부동산PF 사업장의 41%는 아파트인데, 오피스텔·다세대·연립 비중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반면 새마을금고가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아파트 비중은 51%, 오피스텔·다세대·연립 비중은 14%였다.

6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전체 대출잔액은 196조5000억원, 연체율은 5.41%로 나타났다. 가계대출(85조1000억원) 연체율은 1.57%에 그친 반면, 기업대출(111조4000억원) 연체율은 8.34%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금융당국과 행정안전부 등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고위험 기업대출, 조합 공동대출 등 새로운 영업행태가 확산됨에 따라 외형과 실질에 걸맞는 보다 정교한 제도 정비와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범부처 합동 '상호금융업 종합 발전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부동산 PF 부실에 커지는 제2금융권 위기"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