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핵심 '내신·수능', 최적의 균형점은?

2023-10-31 11:07:53 게재

같은 내용, 다른 포장의 두 시험 … 동일한 '기초' 효율적 학습 가능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지만 첫 학기를 마치면서부터 고민이 커진다. 이 내신으로 과연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내신을 접고 남들보다 한발 일찍 수능에 집중해볼까. 내신과 수능을 둘 다 준비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내신에만 집중할까. 가성비를 따져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를 넘나들고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마저 등급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니 '선택과 집중'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입이라는 하나의 장벽을 넘으려면 내신과 수능을 함께 챙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잘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나만 선택하기엔 위험 요소가 크다. 학생의 성향과 역량, 대학과 모집 단위·전형에 따라 셈법이 달라진다.
수험생의 고민인 '내신과 수능', 두 요소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그 최선의 방법을 찾아봤다.

출처 이미지투데이


학교 시험과 수능 모의고사의 성적 차이는 왜 날까? 두 시험이 측정하는 역량은 서로 다를까?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두 시험의 차이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선 교과의 성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시험의 차이부터 살펴봐야 = 김용진 경기 동국대학사범대학부속영석고 교사는 "두 시험의 차이는 교과마다 다르다. 사회나 과학처럼 지식의 내용을 묻는 교과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범위와 수준이 좀 다를 뿐 학교 시험 문제 풀이에 필요한 지식과 모의고사 문제에 사용해야 하는 지식은 같다"고 설명한다. 이어 "반면 국어와 영어처럼 사고력을 키우는 교과는 차이를 크게 느낀다. 학교 시험은 교과서의 지문과 작품 등 수업 중에 배운 것에 기반을 두어 출제되지만 수능이나 모의고사엔 어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처음 보는 지문과 작품이 등장한다. 때문에 두 교과는 학교 시험과 모의고사를 같은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체감하지 못한다. 수학은 그 중간쯤인데 기본적인 개념은 교과서에 모두 있다. 같은 숫자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해도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공통적인 개념과 내용을 배우니 학교 시험과 수능 모의고사를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 역시 범위와 수준의 차이"라고 덧붙인다.

서로 다른 범위도 두 시험의 차이를 체감하게 하는 요소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역량 중 하나는 추론이다. 그렇다 보니 학교 시험에서도 추론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다만 출제 범위가 제한적이라 문제가 다소 쉽고 수능과 별개의 시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학교 시험을 통해 추론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수능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것이 정상이다"라고 말한다.

두 시험의 차이는 서로 다른 시험 시간에 기인하기도 한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30문제를 100분간 푸는 수능은 문제의 난도에 따라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운용할 여유가 주어지지만 통상 20~25문제를 50분 안에 빠르게 풀어내야 하는 학교 시험에서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타임 어택(시간싸움)' 능력이 극대화된다. 학교 시험에서 개념 확인에 해당하는 몇몇 난도 낮은 문제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풀어내야 하니 수학이지만 '암기'라고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출제 유형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의고사와 수능은 서술형 없이 객관식 문항과 수학의 일부 단답형 문항으로 구성된다. 학교 지필평가는 이와 비슷하지만 일부 서술형 문항이 포함된다. 상대평가 과목은 대부분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구조화시킨 문항 위주로 출제하는 반면, 수행평가는 학교에 따라 변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학교 시험이나 수능 모의고사의 출제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나 과목별 성취 기준을 기본으로 이들을 잘게 나누고 가르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내신을 위한 학교 시험은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걸쳐 통상 두 달 동안 배운 내용을 시험범위로 정하고 좁고 깊게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 교사는 "학교 시험과 수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내신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암기한 지식과 배양한 사고력을 답안지 제출과 함께 머릿속에서 날려버린다. 그래서 수능까지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한다.

◆내신 시험으로 수능 준비 가능할까? = 요즘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을 구분해 준비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 보니 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혹은 불가능하게도 여긴다. 사실일까? 고교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내신 시험은 학교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능 내용을 포함한다.

때문에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수능 대비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학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 선발 비율이 40%를 넘고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일선 고교에서는 내신 역시 수능형으로 출제하려는 경향이 짙다.

김수연 서울 한영고 교사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선발 비율이 대략 80%로 매우 높았을 때는 내신과 수능의 시험 유형이 다르고 내신 시험은 변별을 위한 지엽적인 문항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능에 도움이 되는 내신 수업을 하고 수능과 연계되는 내신 시험을 출제해야 한다는 함의가 있다. 고1 학생의 경우 고3 수능 문항을 참조할 수는 없고 고1 학력평가나 모의평가를 참조한다. 기본이 되는 공부를 제대로 했을 때 실제 수능에서 안정된 성적을 확보할 수 있다. 고1 학교 시험이 수능과 다르다고 너무 조급하게 판단해 섣불리 내신을 놓는 실수를 저지르진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수시를 목표로 해도 수능을 준비해야 하므로 수능 수준에 맞게 내신 시험을 출제한다. 모의고사에 준하는 유형의 문제도 수업에서 가르치고 시험에도 출제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 시험은 처음부터 배운 데까지 누적된 범위가 아니라 지난 시험 이후부터 제한된 범위에서 출제되니 모의고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학교 시험을 활용해 수능을 보다 잘 준비할 방법은 없을까? 수능의 고난도 문항은 여러 개의 성취 기준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모의평가 수학 22번 문항은 공통 과목인 '수학II'에서 출제됐는데 3차함수의 그래프와 미분을 이해하여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의 기울기의 곱이 음수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함수를 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는 정확한 개념 이해와 추론 능력이 필요한 문항이었다. 제한된 범위의 성취 기준을 최대한 활용해 문항을 출제해야 하는 학교 시험과는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점이다.

때문에 수능 고난도 문항은 학교에서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수능에서 킬러문항(고난도 문항)이 줄어들고 어려운 문항도 결국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훈련해 실력을 쌓아 올려야 풀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고교 3년간 학교 시험을 통해 각 단원의 개념과 성취 기준을 충분히 익힌다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바탕이 된다.

"내신·수능, 성급한 '올인' 결정은 금물" 로 이어짐

김기수 기자 · 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