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낙관론' 한 달 만에 … 혁신 실종, 계파 갈등 커져
보선 후 '200석' 운운, '오만' 경계령만 부각
여권발 '정책' 공세에 이슈 주도권 넘겨줘
비명계, 총선 공천 앞두고 '단체행동' 움직임
더불어민주당 비명계가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낙승 이후 잠잠하던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 정당지지율 정체와 맞물려 있다. 여권의 정책 드라이브 공세에 정국주도권을 빼앗기고 혁신논의도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11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7~9일. 1001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37% 민주당 34% 무당층 25%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있던 10월 2주차 조사와 같은 수준이다. 여권도 34%~37%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기대에서는 여당 다수 당선 40% 야당 다수 당선 46%로 정부 견제론 우세 구도가 이어졌다. 다만 양론 사이의 격차는 최근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갤럽은 국민의힘의 혁신위 활동이 여당의 총선대비 활동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궐선거 낙승 후 내부 단속에만 치중 = 지지율 상으로만 보면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연말 예산국회를 넘어 내년 총선까지 정국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보궐선거 낙승 이후 민주당 안에선 정부 실정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반 등을 표심으로 확인했다며 '총선 200석' 등 낙관론이 팽배했다.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나서 '오만 경계령'을 잇따라 강조했지만 내부의 기류는 '수도권은 예선이 본선'이라는 식의 기대가 높았다. 친명계 원외인사를 주축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비명계 현역의원을 겨냥한 표적 경선 가능성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여권은 혁신위를 띄우고 의대 정원 확대, 수도권 도시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 정책공세를 펴며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집행력이 있는 정부여당의 정책카드를 따라가며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겸손해야 한다면서 정책이슈까지 놓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구도는 회복했지만 그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한 달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는 원내 1당이라는 기대에 걸맞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쇄신 이슈 놓치고 분열 움직임 커져 = 여당 혁신위가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 측근 등을 향해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내부의 갈등상이 더 부각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보궐선거 이후 당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당무를 운영하고 있다. 총선기획단 구성은 자신이 인선한 정무직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인재위원회도 본인이 직접 대표를 맡았다. 전국 선거조직 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사무부총장에는 자신의 특보단장을 지낸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사당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총선 공천까지 최근의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 대표 중심의 구심력이 강해지면서 잠잠하던 비명계 의원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민주당의 길'에 참여했던 비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최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길은 참여자가 제한되지 않는 토론 모임이었고 이번엔 공동으로 행동까지 할 수 있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행동하는 비명계'를 표명하겠다는 것이다.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이상민 등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에 공개적으로 요구사항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당 일각에선 이런 비명계의 움직임이 신당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도 주목할 대상이다.
◆시스템 강조만으론 해소 어려워 = 물론 민주당 지도부는 비명계의 이같은 행동이 '억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비명계를 겨냥한 물갈이나 표적 공천 등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탈당·분당 설이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민주당은 4년 전 시스템 공천을 확정했고 지난 4월에 공천룰을 정했다. 룰 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스템 공천이라는 민주당의 기존 공천룰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활동을 시작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현역의원 페널티 강화를 골자로 하는 김은경 혁신위 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현역 물갈이 또는 다선의원 험지 출마 요구 등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이재명 대표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이 대표를 비롯한 다선 의원들의 험지출마 등 총선 공천이벤트를 벌이는 것과 대비해 현역에게 유리한 기존 룰 적용만을 강조하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방송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가장 좋은 곳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비명계 3선 의원들 어디 다른 데로 가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예전에 총재 시절 비례대표를 받더라도 이길까 말까한 15번을 받아 지지율을 조금만 덜 받아도 떨어질 만한 곳을 받았는데 이 대표는 그런 결단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도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 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