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책 공세'에 주춤한 민주, '균형발전·예산복원' 반격

2023-11-15 10:41:55 게재

오늘 대전서 민생 행보 … R&D 예산 회복 강조

'메가 서울' 이슈에 '지역 균형' 맞대응 시도

비명계 집단행동·비례제 혼란은 위기 요인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고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R&D(연구·개발) 예산 회복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특화도시에서 최대 관심사인 내년 예산문제 등 집중 거론한 것인데, 여권이 파상공세를 편 '메가 서울'에 맞서 '균형 발전' 의제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올 예산국회를 앞두고 R&D 예산과 더불어 지역화폐·새만금 예산 복원 등을 주요과제로 제시했는데 민생·균형발전 의제와 닿아 있다는 평가다.
'위성정당 방지법' 민주당 당론 추진 촉구 기자회견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R&D 예산 8000억원 복원 = 민주당은 15일 오전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기초과학연구원 등을 방문하는 지역 민생행보를 재개했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에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R&D(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 것을 비판하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를 복원하겠다는 당의 방침을 거듭 밝혔다. 또 회의를 마친 뒤 대전 유성구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로 이동해서 관계자들과 R&D 예산 회복·확대를 위한 간담회 가졌다.

국내 과학기술연구의 본산으로 통하는 지역에서 관련 예산을 매개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원내 1당의 회복 의지를 알리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편성한 과기정통부 예산에서 약 2조원을 증액하고, 약 1조2000억원을 감액했다. 8000억원가량을 순증한 셈이다.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 예산안에는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해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약 2조 원을 증액했다. 민주당 예산소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표' R&D 삭감을 되돌렸다"며 "불필요한 경비 및 예산은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삭감된 청년 연구자 인건비를 복구하고,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들의 지속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협의를 통해 소위에서 의결한 예산안을 수정 보완할 수 있다"면서 "국회 예결특위에 과방위 소위의 심사 내용을 전달해 내년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화폐 등 균형발전 반전 카드 = 정부여당의 예산국회 본격화 시점에 의대정원 확대, 수도권 도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적 중지 등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한 야권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5일 "정부여당이 깜짝쇼 형식으로 의제를 던진 후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진정성에 의심을 사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균형발전·미래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민생예산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지역화폐 예산 7000억원을 증액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한 바 있다. 정부는 지역화폐는 지자체 고유 사무라는 이유를 들어 2023년 예산안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R&D 예산 등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증액안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정부 동의가 필요해 최종 증액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 입장에선 여권의 정책공세에 맞선 대응으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꾀하는 카드가 될 전망이다.

◆리더십 위협하는 내부 갈등 = 정부여당에 대한 외형적 대립각이 선명해지는 반면 내부적으로는 갈등이슈가 부각하는 모양새다.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 조짐이 대표적이다. 이원욱·김종민·윤영찬·이상민·조응천 의원 등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단체를 구성해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정치세력 모임으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한 일을 공식적으로 진행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내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과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국회가 끝나는 12월 중하순을 기점으로 조직적 행동에 나설 뜻도 비쳤다. 이원욱 의원은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험지출마를 거듭 촉구했는데, 민주당 지도부의 험지출마 요구는 친명계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공천과정에서 반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토마토뉴스·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11~12일. 1009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다선의원의 험지 출마에 대해 54.1%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리더십을 위협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했다. 내년 총선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등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겨냥한 여야의 위성정당 재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선 시점에 당론으로 위성정당 설립 금지를 약속했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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