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 … 금융위 '부대의견 제시' 합의점 찾나

2023-11-21 10:58:27 게재

일몰로 효력상실 … 오늘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논의

금융당국, 재입법 후 '제도 개선 방안 마련해 제출' 의견

결론 안나면 총선 전까지 기업구조조정제도 공백 장기화

기업 부채 증가로 부실징후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재입법 논의가 21일 재개됐다. 지난달 15일 일몰로 기촉법이 효력을 상실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워크아웃 제도는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자 부담 낮출 수 있도록 해달라" |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이날 기촉법 시한을 연장하는 개정안 논의가 결렬되면 워크아웃 제도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영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게될 전망이다.

21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는 기촉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시작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 기업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야 의원들은 기촉법 연장 필요성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시하다. 워크아웃 제도에 법적 강제력을 부여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 소지를 이유로 이용우·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원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강제되는 절차라서 반대하는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기형 의원은 "위헌적인 요소에 대한 지적이 계속 되면 법안 심사 논의를 멈추는 게 맞지만, 법원과 금융당국이 협의를 해서 의견을 조율하면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과 금융당국의 협의 내용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이용우 의원은 "법원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와 법원이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양자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시행됐고 일몰 시점에 여러 차례 연장하면서 2018년까지 6차례 제정됐다. 그 과정에서 3차례 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반대매수청구권자의 권리보호 장치가 강화됐고 5차 기촉법에서는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시 청산가치 보장을 명문화하는 등 위헌 소지를 계속 제거해왔다.

금융위원회는 법원행정처와 기촉법 관련 협의를 지속했고, 이날 법안에 포함될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부대의견은 '금융위원회가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성과 및 효용에 관한 평가를 시행하고 법원, 기업구조조정 관련 기관 및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또는 기촉법의 상시화 방안 등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종합적인 운영방향에 관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과의 '양해각서' 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부대의견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기촉법을 보완해온 상황에서 단기간에 새로운 방안을 내놓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재입법 이후 법원과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론까지는 아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촉법 재입법에 이견이 없다"며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절차를 하나 더 두겠다는 것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순간 낙인이 찍혀서 새로운 수주를 받기 어렵다"며 "워크아웃 제도가 사라지면 수주산업이 우선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이후 일정은 불투명하다. 여야는 법안심사를 11월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법안심사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12월에도 법안심사를 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실제로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21일 심사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내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할 기업들이 대거 발생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라면 심사가 재개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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