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개선안 국회 행안위 통과
2023-11-24 10:37:33 게재
법률개정안 12개 반영한 대안의결
민간플랫폼 허용 관련조항은 빠져
광주동구 "현행 법 유권해석 필요"
국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고향사랑기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우선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방법을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으로 규정했다. 규제 중심의 법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제7조 1항에 명기된 모금하면 안 되는 3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방법을 모두 허용한다. 향우회·동문회 등 사적모임을 통한 모금 등이 자유로워졌다는 얘기다. 법률에 명기한 금지조항은 '호별방문, 개별적인 전화·서신, 또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이다.
개정안은 지정기부에 대한 내용도 명확히 했다. '지정 모금 및 기부' 조항(제8조 2항)을 신설했는데, 지자체는 특정한 목적사업에 필요한 경비 충당을 위해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기부자 역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부금의 사용목적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광주 동구가 추진 중인 광주극장 보존과 발달장애인청소년야구단 지원을 위한 모금활동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다른 여러 지자체들도 기부자들의 효용감을 높이기 위해 기부금의 사용처를 사전에 홍보해 모금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모금한 기부금에서 답례품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자체들은 그동안 얼마나 모금될 지도 모르는 고향사랑기부금에 비례해 답례품 예산을 세우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젠 별도 예산을 세우지 않더라도 모금액에서 30% 범위 안에서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행정안전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의 홍보 책무도 신설해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제도 홍보에 적극 나서도록 했다. 외교부에 외국인 거소지 정보 제공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모금한도는 크게 올렸다. 당초 행안부는 현재 500만원인 개인별 고향사랑기부금 기부 상한액을 1000만원으로 상향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행안위 제1법안소위는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상한액 2000만원을 제시했고, 행안위는 이 안을 의결했다.
상한액 2000만원은 고향사랑기부금과 유사한 정치후원금 개인 상한액을 준용했다. 정치후원금은 한 정치인에게 할 수 있는 후원금액은 500만원으로 제한하지만, 개인별 후원 총액은 2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고향사랑기부금 상한액 조정은 지자체별 모금한도를 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점에서 정치후원금과 다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기부금 모금 허용 방안은 빠졌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이 내용까지 포함한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행안위 제1법안소위가 이 조항을 제외했다. 민간플랫폼 운영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조항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당장 민간플랫폼을 통한 기부를 진행 중인 광주 동구 등이 난감한 처지가 됐다.
다만 광주 동구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에 대해 행안부가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굳이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이 가능하다고 광주 동구는 판단하고 있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기존 법률은 모두 4가지 기부금 접수 장소를 명시하고 있는데, 지자체장이 정한 금융기관과 고향사랑e음 말고도 지자체 청사와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민간플랫폼은 4번째 '이 밖의 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민간플랫폼 운영을 보다 명확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행안부 장관이 시행규칙 등을 통해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 대해 명쾌하게 규정해 주는 것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민간플랫폼 외에도 '본인 주소지 기부' '법인 기부' '외국인 기부' 등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을 통해 요구한 허용 대상은 포함하지 않았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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