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확대 … 일반기업·공공기관 수요 반영

2023-11-24 10:52:25 게재

최소선발예정인원 1250명으로 150명 늘려, 전문직 확대 추세

'감사원 조치' 영향 … 시험 난이도에 따라 합격자 급증 가능

최근 3년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100명으로 동결했던 금융당국이 내년에는 1250명으로 확대를 결정했다. 그동안 공인회계사 시험은 목표 선발인원을 정해놓고 선발하는 사실상 상대평가로 운영돼 왔지만 내년부터는 법규에 명시된 데로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합격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2024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250명으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올해부터는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비회계법인(기업·공공기관 등) 수요도 감안했다"며 "비회계법인은 여전히 공인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공인회계사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당국의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는 지난 8월 감사원 감사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감사원은 '공인회계사 선발시험'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치사항으로 "앞으로 공인회계사시험의 최소선발예정인원을 결정할 때 일반기업·공공기관 등 비회계법인과 회계환경 변화에 따른 회계법인 등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라"고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그동안 회계법인을 상대로만 진행했던 신입회계사 채용 수요조사를 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했다. 채용 수요조사를 거쳐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충분한 인원의 공인회계사를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7년 회계개혁으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등으로 회계법인들의 회계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회계법인들이 앞 다퉈 신입 회계사 확보에 나섰고, 일반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회계사들도 잇따라 회계업계로 이직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회계사 몸값이 치솟고 시장에서는 회계사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투명성 강화로 사회 곳곳에서 회계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지만 그동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이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을 제외한 중소·중견 회계법인과 일반기업·공공기관 등이 채용난을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최소선발인원을 일단 늘리면 줄이기 어렵다거나 4대 회계법인 이외의 회계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하면 회계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4대 회계법인 채용계획 수준인 1100명으로 동결했다"고 지적했다.

4대 회계법인에 근무 중인 한 파트너 회계사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으로 기업의 감사시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회계사 증원은 불가피하다"며 "사회 각 분야에서 회계사 수요가 큰 만큼 증원에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파트너 회계사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전문직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최근 사회적 요구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내년도 공인회계사 시험 난이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합격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금융위가 2021년도 선발시험까지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사실상의 선발목표인원처럼 관리했고, 2022년도 시험을 위해 최소선발예정인원을 검토할 때부터 회계사 공급이 부족해 선발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자체 분석했지만, 최종적으로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동결하고 절대평가 취지에 맞지 않게 선발목표인원을 별도로 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2022년 회계사 시험에서 1300명을 선발하도록 금감원에 요청했고 금감원은 목표 선발인원을 맞추기 위해 채점과정에서 채점기준을 2~3회 변경하고 채점 종료 후 과목별 59점대 시험점수를 60점대 및 58점대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2022년 최소선발예정인원은 1100명이었지만 실제 선발인원은 1237명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조치사항으로 "시험관리가 절대평가제 등 관련 법규에 따라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이뤄지도록 출제 및 채점방식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회계사 시험에서 난이도 조정에 실패할 경우 합격자가 2000명 가까이 나올 수도 있다"며 "난이도 조정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은 매 과목 60점 이상 득점자(절대평가)로 합격자를 선발하고, 다만 합격자수가 최소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면 총점의 고득점순(상대평가)으로 선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금융위는 "2024년 회계사 1차 시험 합격자는 3000명으로 의결했다"며 "이를 통해 기본적인 회계 소양을 갖춘 수험생들의 2차 시험 응시 기회를 확대하고, 2차 시험 경쟁률을 높여 회계 역량을 갖춘 수험생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시험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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