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국, 미 국채금리 급등 배후인가

2023-11-29 11:47:17 게재

지난 16일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9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6개월 연속 감소한 7781억달러(약 1011조원) 규모다. 2013년 11월 1조3167억달러보다 40% 줄면서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 미 국채 보유 1위 국가였던 중국은 보유량을 줄여 현재 일본에 이어 2위다. 일본의 규모는 1조877억달러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계속 줄이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무성하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통화당국이 위안화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월 18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4.988%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자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배후에 중국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국채 보유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의 매도는 미 국채가격을 흔들고 금리를 올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미 국채 매도, 미국 경제 흔들려는 전략적 의도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 국채 매도를 '위안화 환율방어'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더딘 경제회복과 과도한 지방 부채 등의 우려로 대규모 자본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9월 중국 역내 현물·선물시장 거래, 역외 순지급된 위안화 규모 등은 모두 750억달러 규모다. 전월 대비 80%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위안화가치에 강한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부터 6개월 이상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매일 발표하는 위안화 '고시환율'은 당국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실시하는 중국에서 최근 고시환율과 시장환율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중국은 위안화가치가 상하 2% 이내로만 움직이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고시환율과 시장환율 간 공식 중간값이 9월 중순 이후 달러당 7.17위안으로 유지되면서 '고정환율제'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는 중국 금융시장에 부정적 신호다. 역내 자본이 고금리 국가로 쉽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 국채를 줄이는 반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매입 1위를 차지했다. 올 9월까지 전세계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은 작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800톤에 달하는데 그중 인민은행이 181톤을 사들였다.

최근 금값은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에도 1온스(31.1g)당 2055달러(5월 5일)를 돌파했다. 지난 10년 사이 최저 가격의 2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시켰는데, 이에 반발하는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매입을 늘린 것이 주요 원인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갈망하는 중국은 '달러 무기화'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금 매입에 앞장섰다. 금 매입은 미 국채 매각의 또 다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데는 미국 경제를 흔들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와 수출통제 등에 맞서는 수단으로 미 국채 매각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긴축으로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미 국채를 매도하면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국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3 회계연도 미국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1조7000억달러 늘어난 33조1700억달러에 달했고 이에 따른 순이자는 지난해 4750억달러에서 올해 6590억달러로 늘어났다.

미 국채 '고금리 장기화'로 갈 수 있어

중국 통화당국의 위안화 환율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낮아지자 투기세력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위안화를 빌려 브라질 헤알 등 이율이 높은 중남미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아이디어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위안화가치는 더 약화될 수 있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중국 통화당국은 미 국채를 추가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본정부가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국채가 '고금리 장기화'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정부와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박진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