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경기침체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2023-12-01 12:00:56 게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적 금융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은행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게 부동산과 금융 부실은 골치 아픈 난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금리를 올릴 수도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의 중심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년에 부동산PF 만기가 집중돼 있고,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당한 만큼 부동산경기 등락에 따라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건설업 대출을 합산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산출할 경우 전체 은행 대출의 40% 정도로 보고 있다.

부동산PF 만기 내년 집중, 신용경색 우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모기지담보부증권(CMBC)의 만기상환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3%를 기록했다.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47%보다 낮다. 상업용 부문의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어 CMBC 상환율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셈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이 위기의 진원지였던 터라 리스크 정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은행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1월 3일(현지시간)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1929년 설립돼 대공황 기간도 견뎌냈던 아이오와주 지역은행 시티즌스뱅크가 파산해 모든 자산과 예금이 아이오와 신탁저축은행으로 인수됐다고 밝혔다. 94년 만에 사라지게 된 시티즌스뱅크는 올해 3월 미국은행 자산규모 16위였던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뱅크, 5월 자산규모 15위였던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B), 7월 하트랜드 트라이스테이트뱅크에 이어 5번째 파산한 은행이 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미국 은행 부문이 안정적이지만 취약성이 커지면서 적어도 일부는 자금 압박과 자본 부족이라는 단기적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소규모 은행 가운데 자산규모 800억~1200억달러 사이인 코메리카, 자이언스, 퍼스트 호라이즌 등 3곳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고 대형은행의 잠재적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4년 경기침체 깊을까 오더라도 얕을까 아니면 지나갈까

미 연준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연은 관할 지역 중 6개 지역에서 경기하락세가 확인됐다. 또한 2개 지역 경기는 보합에서 다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12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올해 마지막 금리 향방을 결정하는데 시장에서는 동결 확률을 95%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금리선물 데이터는 연준이 내년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52%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금리인상이 멈춘 뒤 약 11개월 후 금리인하를 시작한 것으로 통계상 나타나는데 올 7월을 마지막 금리인상 시기라고 보면 내년 6월 정도면 금리인하가 시작된다고 예측해볼 수 있다. 금리인하는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뜻이지만 또한 고금리 지속으로 경기가 그만큼 제약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1950년 이후로 연준의 긴축 사이클 14번 중 11번 침체를 겪었다. 침체를 겪지 않을 확률은 21%, 11번의 침체 중 6번은 얕은 침체로 43% 확률, 깊은 침체에 빠질 확률은 36%다. 주식가격으로 보면 평균 32% 하락했는데 중간값은 S&P500 기준 28%다.

30% 이상 하락한 경우는 총 5회로 코로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닷컴버블, 1973년 스태그플레이션, 1968년 1차 인플레이션 쇼크 때다. 50% 이상의 아주 깊은 침체 확률은 14%인데 글로벌 금융위기와 닷컴버블 때다. 2024년 침체는 깊을까, 얕을까, 아니면 '얕은침체'와 '침체없음'의 좁은 회랑(golden path landing) 사이를 지나갈까.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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